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헌법해석을 변경한 일본 열도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서둘러 헌법 해석을 바꾸는 각의 결정을 강행하고 나서 지지율이 하락했고 해석 개헌에 맞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교도통신이 이번 각의 결정이 이뤄진 1일부터 이틀간 벌인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47.8%로, 작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50% 밑으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달 21∼22일 조사 때보다 4.3% 낮아진 것으로 각의 결정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82.1%가 충분한 검토 없이 각의 결정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중의원을 해산해 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68.4%에 달해 아베 내각의 위기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각지에서는 집단자위권 행사에 맞서려는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단체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홋카이도(北海道) 아사히카와(旭川) 시의회는 2일 "항구적 평화주의라는 헌법 원리와 입헌주의에 반하며 역대 내각의 공식견해와 상반되는 것으로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채택해 중앙 정부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이토 고키(齊藤康輝) 아사히대학 교수가 2일 헌법 강의에서 집단자위권에 관한 각의 결정을 소개하고 "해석개헌을 교묘하게 진행하는 방식은 위험하다"고 설명하는 등 법학자들이 강단에서 맞서는 사례를 소개했다.

요코하마(橫浜)시의 페리스 조가쿠인(女學院)대학 학생들은 관련 법 정비에 대한 반대의 뜻을 표출하려고 심포지엄을 열었고 와세다(早稻田)대 등 다른 대학에서도 앞서 비슷한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 소속인 오노데라 마사루(小野寺秀) 홋카이도 현의원은 지난달 29일 집단자위권 용인에 반대하면 분신자살을 시도한 남성에 관해 "죽지도 않고 많은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오노데라 의원의 트위터에는 "죽지도 않았다니…죽었어야 한다는 이야기냐"는 등 비판 글이 이어지고 있다.

각의 결정의 폐기를 시도하는 움직임도 있다. 야마나카 미쓰시게(山中光茂) 미에(三重)현 마쓰사카(松阪)시장은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평화적 생존권이 침해됐다"며 각의 결정의 위헌성 확인과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어리석은 위정자의 폭주로 평화국가의 원점이 뒤집혔다. 폭주를 그치게 하도록 국민의 목소리를 결집하고 싶다"며 전국에서 원고를 모집할 것임을 시사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나 시민단체 '전쟁을 시키지 않는 1천명 위원회' 등도 각의 결정의 위헌성을 주장하고 있어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베 총리는 직면한 반발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 움직임이나 대북 관계를 적절히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4일 북한에 대한 대북 제재 일부를 해제할 것으로 보이며 대북 협상의 진행에 따라 아베 총리가 방북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경우 전용기로 납치 피해자 일부를 데리고 귀국하는 등 정치 '이벤트'를 준비해 관심을 돌리고 지지 기반 회복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고용과 경기 활성화 등 일부 지표에서 성과를 내는 경제 정책을 강조하며 일본 경제의 부활을 강조해 민심 수습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2일 대지진 피해지역인 이와테(岩手)현 등을 방문해 피해 기업의 자금 융통을 돕는 새로운 기금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도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