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씨도 뿌리고 직접 따서 한거예요, 예쁘죠?"

16일 오전 11시께 인천 주안초등학교 5학년 1반. 반 학생들이 조별로 둘러앉아 봉숭아물 들이기에 한창이었다. 저마다 학교 텃밭에서 직접 따온 봉숭아 꽃잎을 절구에 찧은 후 백반에 섞어 손톱에 붙였다.

아직 서투른 손길을 도와 선생님과 친구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오순도순 봉숭아물을 손톱에 입히고 있었다. 잎이 모자라 세 손가락만 하고도 좋아서 히죽거리는 친구도 있고, 몇몇 친구들은 신기한 듯 봉숭아물을 입힌 손가락을 마냥 쳐다보고 있다.

이날 '봉숭아 물들이기'체험 행사는 평소 텃밭을 가꾸는 것을 즐기던 교장선생님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5년 전부터 학교 운동장 곳곳에 조성한 텃밭에는 고구마, 벼, 수세미, 목화 등 각종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 텃밭에 식물들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봉숭아 물들이기' 행사를 가진지도 벌써 4년째. 이제 전교생들은 직접 씨를 뿌려 봉숭아 꽃을 정성스레 가꾸며 성장 과정을 관찰한다. 봉숭아 물들이기 행사는 이 학교 전통 행사로 자리잡았다.

한성현(11)군은 "작년에도 했는데 올해도 직접 해보니 좋다"며 "꽃잎을 빻아서 붙이면 손이 빨개지는 게 신기하다"며 즐거워했다. 이틀 전 행사를 진행한 1학년 학생들의 손가락은 이미 발갛게 물이 들어 있었다.

김평석(7)군은 "처음 해보는데 엄마도 예쁘다고 했다"며 "기분이 좋고, 한 손만 한 게 아쉽다"고 싱긍벙글 웃었다.

이 학교 정흥섭(59) 교장은 "이번 체험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과 가까워지고 전통 풍습을 익히면서 추억을 간직하게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자연과 하나되는 다채로운 체험 행사를 통해 학생들의 창의·인성 교육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