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캡틴' 박지성(33)이 K리그 올스타전에서 축구 인생의 경기를 유쾌하게 마무리했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위드(with) 팀 박지성' 경기가 진행됐다. 선발출전한 박지성은 주장 완장을 차고 58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K리그 올스타전에서 승부는 의미가 없었다. 이미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은 숨이 차는지 때로 고통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후배들과 함께 웃는 시간이 더 많았다.

팬들은 경기 시작 전 선수들이 한 명씩 호명돼 입장할 때 박지성의 이름을 가장 크게 불렀다. 적어도 이날 K리그 올스타전 전반전의 주인공은 박지성이었다.

스피드와 체력은 한창 때에 크게 못미쳤으나 간간이 보여주는 '월드 클래스'의 퍼스트 터치와 패스 감각은 그대로였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 박지성은 설렁설렁 뛰다가도 공이 오면 빠른 몸놀림으로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전반 6분 거침없는 중앙 돌파로 문창진(포항)에게 크로스 기회를 선사해 5만여 관중의 환호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전반 21분에는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하는 투지 어린 플레이로 팀 박지성 3번째 골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센터라인에서 공을 잡은 그는 K리그 선수들을 제치며 전진해 오른쪽의 강수일(포항)에게 내줬다. 이는 정조국(안산)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 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전에서 '팀 박지성'의 박지성이 골을 성공시킨뒤 동료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후반 19분에는 골까지 터뜨렸다. 오른쪽에서 크로스가 올라오자 문전에서 침착하게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깔끔한 칩슛으로 각을 좁혀 나오는 이범영을 넘겨 골망을 흔들었다.

선수들은 무더위와 폭우에도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한 팬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강수일이 선제골을 넣자 붉은 유니폼을 입은 팀 박지성 선수들이 본부석 쪽으로달려와 두 줄로 마주보고 섰다. 김민지 아나운서와의 결혼을 이틀 앞둔 박지성은 김병지(전남)와 팔짱을 끼고 그 사이를 걸어가는 '웨딩 세리머니'를 해 관중을 폭소케 했다. '신부' 김병지가 던진 부케는 노총각 수비수 김치곤(울산)이 받았다.

박지성은 후반 직접 득점한 뒤 이날 팀 박지성의 감독을 맡은 거스 히딩크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에게 달려가 안기는 세레모니를 재현해 관중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전반 30분만에 교체돼 그라운드를 나간 박지성은 후반 12분 다시 '깜짝' 투입돼 관중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