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만드는 일을 하면서 정작 화장품을 바르지 말라는 아이러니한 주장을 펴는 이가 있다.

바로 광주에 소재한 아로떼(AROTE) 천연화장품의 민경미(53) 대표. 그는 천연화장품을 통해 사회에 진 빚을 갚겠다며 오로지 제대로 된 원료만을 사용하고, 환경에 있어서도 해가 되지 않는 그야말로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과 교감하고 있다.

"사실 피부도 숨을 쉬는 생명체로 편안해야 하고 피부 스스로의 기능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많은 화장품을 보면 각종 화학첨가물로 오히려 피부에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피부를 보호한다며 무분별하게 화장품을 발라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피부 스스로의 기능도 떨어뜨리고 부작용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로떼는 피부에 해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화학방부제나 스테로이드제, 인공색소, 인공향료, 탈크, 중금속, 하이드로퀴논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엄선된 천연원료만을 사용해 주문생산방식에 의해 바로 제조한 제품만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아로떼에는 자외선차단제품이 없다. 자외선차단 제품을 판매하면 불티나게 팔릴테지만 민 대표는 "자외선차단을 위한 천연원료가 없는 상황에서 돈좀 벌어보겠다고 핵심을 벗어나는 것은 어불성설 아니겠냐"고 반문한다.

8년전 문화센터의 천연화장품 수강생으로 시작해 이젠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천연화장품 전문가가 된 민 대표. 그가 취미를 넘어 이 분야에 들어선 것은 소위 사회에 대한 '의리' 때문이다.

"문화센터에서 배운 실력으로 지인들에게 선물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이거다 싶었죠. 30년간 웰빙생활을 추구해오면서 쌓은 지식을 활용할 수 있고 광고에 현혹돼 진실을 보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도움을 줄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자 현실적 한계를 느꼈다. 이에 전공인 영문과를 때려치고 중부대 화장품학과에 늦깎이로 입학한 후 다시 대구한의대에 편입, 2년전 51세의 나이에 20대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학사모를 썼다.

그는 "어찌보면 무모하게 시작해 어려움도 많았지만 고집스럽게 만든 천연화장품으로 사회에 보답할수 있어 매일 매일이 즐겁다"고 말한다.

광주/이윤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