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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현지시간) 라이베리아의 몬로비아에서 여러 종교 집단의 여성 신도들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기도회를 가진 뒤 손을 씻고 있다.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 중인 서아프리카 3개국은 1일 에볼라 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에 접한 에볼라 바이러스 진원지를 격리구역으로 설정하고 출입을 막기로 했다. /AP=연합뉴스 |
치료약과 백신이 없는 탓에 에볼라 바이러스는 자칫 80년대 초 발생해 세계로 번진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AIDS)처럼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는 역병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감염되면 감기처럼 고열 증상을 보이다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최고 90%의 치사율을 기록해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 3월 처음 확인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7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난 탓에 기니 현지의 일부 주민들은 전염 경로를 차단하고자 정글 칼로 무장한 채 과학자들의 접근조차 막고 있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현지발로 보도했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미국인 두 명을 미국으로 옮겨 치료하는 데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게시판에는 "에볼라가 미국에 퍼질 것"이라며 환자 이송에 반대하는 목소리로 뒤덮였다.
미국 정부는 1일(현지시간) 라이베리아에 있는 미국인 환자 두 명을 데려오려고 특별기를 보냈다. 환자들은 2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에모리대 병원 특별 격리 병실에 수용됐다.
에볼라 공포가 극에 달한 나머지 어처구니없는 주장조차 나오고 있다.
음모론으로 이름난 알렉스 존스는 "에볼라가 미국을 강타하면 연방은행이 비상권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독재정치의 도래를 예상하고 나섰다.
존스는 그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전염병을 퍼트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는 이를 빌미로 독재 정치로 국민을 탄압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근원지인 서아프리카 출신국 인물과 접촉을 꺼리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덕성여대와 유엔 여성기구가 개최하는 국제행사에서 주최 측은 나이지리아 출신 학생 3명의 참석을 불허했다.
의료봉사단체 '굿뉴스의료봉사회'는 아프리카 4개국에서 열기로 한 행사에 비슷한 논란이 일자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영국 글래스고에서는 영연방(커먼웰스) 경기대회에 출전한 시에라리온 사이클 선수들이 잠적하기도 했다.
영연방 경기대회의 시에라리온 선수단은 '보건 비상사태'가 선포된 고국에 돌아가는 시기를 늦춰 영국에 좀 더 오래 머물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영국 BBC 방송이 보도했다.
서아프리카 정상들은 국제회의 참석에서조차 지장을 받을 정도로 공포심은 높아지고 있다.
4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미-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대통령이 에볼라 대응을 이유로 불참키로 했고, 기니 대통령의 참석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포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세계보건기구(WHO)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올리면서 패닉에 빠지지 말라고 권했다.
WHO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비슷한 증세의 라싸(Lassa) 열병이 1969년 나이지리아에서 확인돼 연간 30만 명의 감염자와 5천 명의 사망자를 내 에볼라 바이러스 보다 피해 규모가 더 크다고 지적하면서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는 공중 보건에 대한 '이례적인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도 WHO는 오는 6일 긴급회의를 열어 국제적 대응과 공조를 통해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세계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