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중국인 거리'에서 짜장면 집이 즐비한 차이나타운이나 화교들이 사는 모습을 볼 것이라 기대해서는 크나큰 오산이다.
'중국인 거리'는 한국전쟁 직후 여러 인간 군상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인천의 도시 모습을 초등학교 어린이의 시선에 맞추어 그린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폭이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조그만 베란다가 붙은, 같은 모양의 목조 이층집들이 늘어선 거리는 초라하고 지저분했으며 새벽닭의 첫날개질 같은 어수선한 활기에 차 있었다. 그것은 이른 새벽 부두로 해물을 받으러 가는 장사꾼들의 자전거 페달 소리와 항만의 끝에 있는 제분공장 노무자들의 발길 때문이었다. 그들은 길을 메우고 버텨 선 트럭과 함부로 부려진 이삿짐을 피해 언덕을 올라갔다.
'중국인 거리' 주인공 '나'의 눈에 비친 1950년대 후반의 인천 자유공원 자락의 모습이다.
오정희는 1955~1959년 인천에 살았는데 그 당시의 느낌을 '나'를 통해 전한다. 전쟁 통에 부서진 극장을 다시 짓는 모습, 양공주 방에서 친구와 몰래 양주를 나눠 마신 일, 열차에서 석탄 가루를 훔쳐 낸 뒤 먹을 것과 바꿔 배고픔을 달래던 일, 여덟째 동생을 임신한 어머니의 상황 등은 모두 어린 오정희가 겪은 일이다. 아니, 우리 부모 세대면 누구나가 온몸으로 부딪치며 지나온 시간이었다.
평론가 김병익은 '중국인 거리'를 "우리 단편문학의 한 뛰어난 범례가 될 작품"이라고 했다. 전개, 캐릭터, 시대 상황, 공간적 묘사. 그 어느 하나 느슨한 것 없이 꼭 맞물려 균형을 이루었다는 얘기다.
오정희는 '중국인 거리'로 일약 스타 작가로 부상했다. 그는 "작가 누구나 인생의 특별한 시기를 글로 써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나도 같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소설로 형상화시키고 싶었다. 그 결과물이 '중국인 거리'다"라고 말했다.
오정희 표현을 그대로 옮기자면 작가 오정희에게 인천은 '마음 속 보물창고'다. 여전히 많은 글감과 자극을 주는 곳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오정희는 "인천에 대해 쓰고 싶은 게 많다. 어렸을 때 미국 독립기념일이라 자기들 축제삼아 불꽃놀이를 했던 걸 자유공원에 올라가서 구경했다. 데모를 하거나 야경을 보러 오르기도 했다. 그런 기억들을 복원해 보고 싶다"고 했다.
/박석진기자
[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어린아이 눈에 비친 '한국전 이후의 삶'
입력 2014-08-0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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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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