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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학와 몰래 무용배워
전통·창작 아우른 '달하'
"7년째 공연… 韓콘텐츠로"
올해 재단법인 출범 10년
"모든 역량 아낌없이 발휘"
영국 탄광촌에서 태어나 영국 로열발레단의 무용수가 된 필립 말스덴의 이야기는 '빌리 엘리어트'라는 제목의 영화와 뮤지컬로 제작되면서 꿈과 도전의 아이콘이 됐다.
이보다 훨씬 오래전, 전기도 안 들어오던 1941년 경기도 이천에서 1남 4녀 중 막내로 태어난 한 사내아이는, 훗날 꿈과 도전은 물론이거니와 전통과 창작을 아우르며 한국무용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했다. 그 자체로 한국무용의 아이콘이 된 경기도립무용단 조흥동 예술감독이다.
빌리 엘리어트는 파업을 겪었지만, 조흥동 감독은 전쟁을 겪으며 자랐다. 남아선호와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문구가 사상처럼 받들어지던 그 시절 '남자가 무용이라니!'라는 꾸지람을 얼마나 많이 들었을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중학교때 서울로 유학을 가서 몰래 무용을 배우고 다녔다'는 술회 뒤에 이어질 무용가로서의 여정은 더 물을 필요가 없었다.
빌리 엘리어트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동안, 조흥동 감독은 '태권무무달하'로 무용계에 기념비를 세웠다. 2008년 초연한 이 작품은 당시 1만여 관객을 모으며 무용 공연으로서는 지금의 영화 '명량' 못지않은 흥행과 더불어 예술감독으로서 그의 능력과 노력을 알렸다.
"달하가 올해로 7년째인데, 어디서든 한 작품을 7년 계속 공연하기가 힘들어요. 며칠 전에는 가평 자라섬에서 공연했는데 불꽃 축제와 함께 선보였더니 더 반응이 좋았어요. 달하는 이렇게 다른 매체들과도 어우러지며 계속 진화하는 작품이에요."
"궁중무용 전부와 문화재로 지정된 춤과 음악 의상, 강강술래 같은 전통 놀이까지 망라하고 있어요. 이를 토대로 창작공연을 만드는 거죠. 어느 무용계 선배께서 농담삼아 '국립무용단이 수원에 와있네'라는 칭찬을 해주셨는데, 뿌듯했죠."
조흥동 감독과 단원들의 자부심은 이런 외부의 평가에 걸맞게 드높다. 그러나 그들이 서는 무대의 턱은 높지 않다. 31개 시군을 안 가본 데가 없고, 성남 모란시장의 닭장수 옆에서도, 연천의 전통시장 생선가게 옆에서도 공연을 벌였다. 배를 타고 풍도, 육도를 찾아가기도 했다.
"단원들에게 미안할 때도 있지만, 우리가 도립 무용단이잖아요. 이런 것들도 우리 할 일인 거죠."
도립무용단의 둥지인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올해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지 10년이 됐다. 이를 축하하는 무대에서 도립무용단은 모듬북, 장구춤, 부채춤, 진도북춤, 오고무 등의 레퍼토리를 담은 '천년의 판타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1993년 도립 무용단이 창단해서 20년이 넘었고, 제가 예술감독으로 일한 지 15년이 다 됐어요. 우리의 지난 노력과 현재의 역량을 남김없이 보여 줄 겁니다."
여느 분야의 어른들처럼 그도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고, 문화재답게 전수관도 있다. 다른 어른들과 다른 점은 얼굴이다. 나이보다 열살은 어려보이는 동안이라는 것도 눈에 띄지만, 젊은이들에게서도 보기 힘든 바지런함과 예술가로서의 욕심이 엿보인다.
"언젠가 우리 역사를 담은 기념비적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나라에 큰 손님이 왔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요. 군인도 등장하고, 대학생도 등장하고, 민중도 등장하는, 무용뿐 아니라 영상도 넣고, 대중가요도 써서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을 구상중입니다."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