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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도에 서식중인 멸종위기 1급 저어새가 군무를 펼치는 모습. /인천저어새네트워크 제공 |
문갑·굴업도 한국철새 26% 관찰가능
강화도, 그림같은 도요·물떼새 군무
송도 남동유수지 저어새 돌섬서 번식
중국과 서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천은 철새들의 중간 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 희귀종을 비롯해 수많은 철새들이 인천의 섬지역 등을 찾아오고 있지만, 아직은 '흙속에 파묻힌 진주'일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탐조관광객을 위한 인천의 탐조 비경을 소개한다.
#국내 최대 맹금류 경유지 소청도
우리나라 최다의 수릿과 맹금류 경유지로 알려진 소청도. 이 때문에 소청도에는 맹금류 철새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소청등대 인근에 위치한 구릉성 산림의 능선을 따라 난 길을 걷다보면 벌매, 왕새매와 같은 맹금류가 하늘을 뒤덮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남쪽에서 겨울을 나고 번식을 위해 북쪽으로 이동하는 새들에게 섬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다. 이런 의미에서 소청도는 새들의 최적화된 휴식처다. 중국 산둥반도에서 바다를 건너 한반도로 날아오는 철새가 처음 만나는 섬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으로 날아가기 전 상승기류를 이용해 고도를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도 알려져 있기 때문에 철새에게 소청도는 휴게소 역할을 하고, 철새 중 맹금류에게는 상승기류를 타고 다시 멀리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주유소 같은 곳이다.
맹금류보다 작은 산새들을 보고 싶다면 소청분교 주변을 추천할 만하다. 소청분교 주변에는 노랑때까치, 검은이마직박구리, 붉은뺨멧새 등 다양한 멧새류와 지빠귀류, 해오라기류를 만나볼 수 있다.
소청도는 탐조 관광지로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2005년 세계적인 철새 전문가인 마크 브라질(Mark Brazil)은 일본 '재팬 타임즈'에 소청도를 '작은 섬이지만 철새를 관찰하기에는 가장 완벽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새소리로 봄을 시작하는 문갑도와 굴업도
문갑도와 굴업도는 합쳐서 5.2㎢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은 섬이다. 하지만 봄이 되면 문갑도와 굴업도에는 139종의 철새 2천여 마리가 찾아온다.
우리나라를 찾는 것으로 알려진 조류 534종의 26%에 해당한다. 이 섬들의 가장 큰 장점은 수도권에서 가깝다는 점이다. 종의 다양성이 살아있는 섬을 수도권 시민들이 1~2시간 이내에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다.
문갑도와 굴업도에서는 섬 어디를 가더라도 철새들을 볼 수 있다. 문갑도 서쪽에 조성된 습지에는 할미새와 비슷하게 생겼다는 이유로 이름 붙여진 '할미새 사촌'을 비롯해 휘파람새, 황금새, 검은머리 딱새 등 여름 철새들과 겨울 철새 들을 봄철과 가을철에 접할 수 있다.
굴업도에서는 알락꼬리쥐발귀와 큰부리개개비 등 개체수가 적은 개개비류 철새들을 볼 수 있다. '황해의 정원'이라 불리는 덕적군도에 위치한 문갑도와 굴업도에서 섬길을 걸으며 철새들을 관찰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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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에서는 해안 일주도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갯벌, 농경지, 산림에서 새를 관찰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정의하면 산새와 물새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섬이다.
강화도 남단지역은 다양한 새들이 갯벌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지역이다. 최근 서해안 갯벌이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어 새를 만나기가 쉽지 않지만 강화도 남단은 아직까지 훼손되지 않아 우리나라 멸종위기의 새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노랑부리백로를 비롯해 도요·물떼새를 볼 수 있다.
특히, 분오리 돈대에서는 멋진 갯벌 풍경과 함께 도요·물떼새의 군무가 어우러지는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초지대교를 건너 남쪽으로 가다 보이는 작은 섬 동검도 주변 갯벌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갯벌에서 겨울을 나는 두루미를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와 검은머리 물떼새 등을 만날 수 있고, 겨울에는 흑부리오리, 황오리와 같은 오리류도 관찰할 수 있다.
#갯벌은 사라졌지만 새들은 잊지 않고 있는 송도 신도시
송도는 경제자유구역 개발로 넓은 갯벌이 없어졌다. 이로 인해 풍요로운 갯벌의 역사는 사라졌지만 새들은 잊지 않고 송도를 찾고 있다. 송도에서 제일 먼저 새를 볼 수 있는 곳은 남동유수지다.
승기천 하류에 형성된 남동유수지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저어새가 인공으로 조성된 돌섬에서 번식하고 있어 유명해졌다.
번식기인 여름철에는 세계에서 2천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의 신비로운 번식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저어새의 천적인 한국재갈매기를 유일하게 관찰할 수 있는 장소도 이 곳이다.
송도갯벌 중 마지막으로 남은 고잔갯벌은 남동유수지에서 번식하는 저어새의 먹이터이자 도요·물떼새의 휴게소이다. 해가 지는 시간에 맞춰 이 곳을 찾으면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 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마도요가 석양을 배경으로 비행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송도는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탐조지다. 하지만 신도시 조성을 위한 매립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갯벌생태계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철새들이 이 곳을 찾을지는 불확실하다. 송도의 철새들을 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