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자는 의미에서 아들과 손주를 데리고 함께 뛰게 됐습니다.”
고희(古稀)를 훨씬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5㎞구간을 아들 영선(45)씨, 손주 근영(13)군과 나란히 뛰어 '3대 마라톤' 종목에서 우승한 박면희(74·화성시 태안읍 안녕1리) 할아버지는 기쁨에 가득찬 얼굴로 참가동기를 밝혔다.
평소 아침이면 3대가 함께 조깅을 하는 등 달리기를 즐기는 박씨 할아버지 가족은 이날도 시종 서로 속도를 조절해주는 가족애를 보여주며 페이스를 유지한 끝에 다른 참가선수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 지켜보는 시민들로부터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10여년전 암투병의 후유증으로 언어소통이 자연스럽지 못한 박 할아버지는 이날 시상식에서 “힘없는 노인이 달리는 모습을 보고 젊은 사람들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길 바란다”며 “이번 마라톤대회가 효와 사랑을 실천하는 자리가 돼서 더욱 기쁘다”고 밝혔다.
할아버지와 함께 5㎞구간을 완주한 손주 근영군도 “할아버지, 아빠와 함께 달려 힘드는 줄 몰랐다”며 “내년에도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박 할아버지는 5년전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새벽이면 태안읍사무소 앞 도로변에 나와 2시간 가량 교통정리를 하는 등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펼치는 노익장을 과시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 "귀국하면 한국식孝 실천"
제3회 효(孝)마라톤 대회 인파중에 피부색이 다른 일단의 동남아 선수 27명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화성시 정남면 일대 중소기업체 근로자인 이들은 짧게는 1년 남짓에서 길게는 5년여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면서도 대규모 문화행사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아왔지만 3D업종에 근무하는 동남아인들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과 함께 고된 일과속에서 문화행사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인파가 몰리는 문화행사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란 이유로 자칫 불이익을 당할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그동안 참가할 엄두도 내지 못해 왔었다.
그러나 정남면사무소에서 점차 늘어만 가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의 효 사상을 알려주고 지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마련해주기 위해 참가희망자를 모집하자 함께 근무하는 외국인 동료 근로자들이 10㎞코스에 참가, 전원 완주해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마라톤에 참가한 이들은 자신들의 나라에도 부모를 공경하는 전통이 전해지고 있지만 한국의 효(孝)사상은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문화라고 밝히고 있다.
도예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바만(32·인도네시아)씨는 “인도네시아 말로 효(孝)를 바론(Balon)이라고 말하는데 한국의 효 사상과는 차이가 난다”며 “귀국하면 한국의 효를 실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