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도시, 인천'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낸 작가는 소설가 이원규다.
인천의 분단 상황을 꼼꼼히 추적한 이원규의 소설을 읽으면 극명했던 좌우 이념 대립, 섬 마을까지 퍼진 이데올로기로 인해 빚어진 참극, 연좌제의 고통, 실향민의 애처로움이 잘 나타나 있다.
이는 작가 이원규의 선친에서부터 이어오는 '고향 앓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단단한 취재를 거쳐 탄생한 인물은 살아 움직이고, 다른 분단소설에서 보기 힘든, 섬과 바다의 언어는 낯선 듯하면서도 입에 감긴다.
이원규의 소설 속 전쟁은 참혹하다. 인천대 국문과 오양호(72) 명예교수는 "전쟁을 관념적으로 쓴 작품은 많지만, 전장의 참혹상을 실감있게 보여준 건 이원규가 유일하다시피 하다"고 말했다. 장편 '황해'에 나온 인천상륙작전 당시 시가지 장면을 보자.
그 시각 인천의 새벽거리는 갈갈이 찢기고 있었다. 주민을 소개하는 어떤 조치도 내려지지 않고 갑자기 퍼부어진 수천 발의 항아리만한 포탄들은 공장과 집과 나무들과 길바닥을 박살내고 사람들의 몸뚱이도 박살내었다. 지난 이틀 동안 미군기가 날아와 공습을 했지만 그것은 월미도에 한정된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천지를 흔들며 시가지로 날아와 단 한 발에 두세 채의 집을 날려버렸다.…(중략)… 동서남북 모든 방향에 포탄들이 떨어지고 있었고, 하늘은 온통 포탄 날아오는 소리와 터지는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그 소리들은 사람들이 지르는 비명까지도 흡수해버렸다.
인천에서 분단 도시의 상황은 지나 온 과거에 머물지 않은 채 현재진행형이다. 강화, 옹진의 섬들은 북방한계선과 잇닿아 있다. 강화도의 많은 지역은 여전히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인천 앞바다에서 벌어진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사건'의 여파는 아직도 남아 있다. 자유공원의 맥아더동상 철거 논란도 해마다 되풀이된다.
이원규의 소설에는 분단 도시 인천의 앞날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념의 좌우를 따지지 말고, 우리가 지금 이원규의 소설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김명래기자
[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전쟁 참혹함' 꼼꼼히 추적한 이원규
입력 2014-08-2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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