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성옥희기자 /아이클릭아트

46개기관 이전부지 면적 684만1천㎡
분당 10분의1 수준 '미니신도시' 규모

대다수 도심 위치 실수요자들 관심
인근 부동산업체 등 개발 문의 '빗발'
정부, 기관 부지매각 관련규제 완화
인접부지 포함 활용계획 수립 가능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부지의 활용에 대한 기대심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경기도내 46개 공공기관의 이전부지 면적만 684만1천여㎡에 이른다. 성남 분당신도시(6천949만여㎡)의 10분의1 수준으로 웬만한 미니 신도시 규모다.

이 때문에 인근 부동산 업체에는 개발방향 등을 묻는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아파트 주민들은 '매매가격에 득이 되면 득이 됐지 손해 볼 일은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건설업체 역시 신흥시장에 기대감을 갖기는 마찬가지다. 공공기관 이전부지가 침체된 경기도내 부동산 시장에 '숨'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31일 낮 12시께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옛 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본청과 국립농업과학원이 우선 전북 전주 혁신도시로의 이전을 마쳐 직원들은 눈에 띄게 줄었다.

점심시간을 즐기러 나온 직원들로 북적이던 예전과 달리 다소 한산한 모습이었다. 내년 3월 국립축산과학원까지 모두 이전이 완료되면 농촌진흥청 수원시대는 역사속에만 남게 된다.

한산한 옛 농촌진흥청의 모습과 달리 주변 부동산 시장은 활기찼다. 이미 농촌진흥청 등 7개 기관의 부지(198만㎡) 활용 계획안이 세워져있기 때문이다.

계획안을 보면, 198만여㎡ 중 35%가 공원, 녹지 등으로 가꿔지고 국립원예특작과학원(56만여㎡), 국립축산과학원(40만9천여㎡) 일대는 1㏊당 200명 정도의 살기좋은 주거지역으로 탈바꿈된다. 동수원권에 비해 주민생활 편익시설이 열악하다는 서수원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청사진도 담겼다.

지난해 12월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도 마친 상태라 현실화 가능성은 시간 문제다.

주민 최영훈(36)씨는 "수원 비행장 소음 피해에 시달리던 권선구 서둔동·탑동 주민들에게 농진청 부지 개발 계획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서수원의 지도가 바뀌는 일"이라고 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 역시 "서수원권 주민들의 균형발전 기대감이 피부로 와닿게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 경기도내 공공기관 이전부지는

= 지방이전 공공기관은 경기도내에만 46개다. 국토해양인재개발원(수원)과 중앙토지수용위원회(성남), 노동부고객상담센터(안양) 등 청사를 임차한 공공기관 등 14개는 제외한 수치다. ┃표 참조

8월말 현재 매각이 완료된 공공기관은 농촌진흥청과 국립경찰대학(용인), 국방대학교(고양) 등 25개에 달한다. 이들 기관의 부지면적만 470만1천여㎡ 규모다.

나머지 21개(213만9천여㎡) 기관은 매각이 진행중이다. 공공기관 이전사업이 전체적으로 마무리가 되지않다 보니 농촌진흥청처럼 개발 계획안이 구체적으로 정해진 곳은 아직 미미하다.

의료복합단지와 친환경주거단지 등으로 바뀔 경찰대와 법무연수원 부지(모두 용인), 한류문화콘텐츠 제작 지원센터가 거론중인 농림축산검역본부(안양) 등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부지의 개발에 따른 기대심리는 만만치 않다.

경찰대·법무연수원 부지와 인접한 용인 구성동의 경우 주변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자자들과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더욱이 공공기관들이 도심 외곽이 아닌 대부분 도심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 역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오는 12월 이전 예정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8만3천여㎡)의 경우 성남 분당의 노른자위다. 지하철 분당선 미금역 역세권에 탄천, 봉우재공원 등 주변 자연환경도 뛰어나다.

■ 부동산 시장 기지개

= 도내 부동산 시장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척도는 수원광교신도시의 마천루로 불렸던 옛 에콘힐사업의 진행사항이다.

에콘힐 사업은 지난해 6월 사업자인 에콘힐(주)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3천700억원을 산업은행에 상환하지 못해 사업이 결국 백지화됐었다.

이후 땅 주인인 경기도시공사는 지난해말 에콘힐 사업의 핵심인 백화점 부지(일상3·4만1천130㎡)에 대한 공모 절차를 진행했지만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민간사업자가 단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하지만 올들어 사정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유찰됐던 일상3 부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상업시설 개발전문회사인 STS개발이 선정되더니 나머지 2개의 주상복합 부지도 모두 민간에 매각됐다. 무산된지 1년2개월만에 옛 에콘힐사업 3개 부지가 모두 주인을 찾은 셈이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역시 심상치 않다. 다산신도시 진건지구내 6천억원 규모의 공동주택용지가 모두 매각됐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입찰 당시 평균 42대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는데, 한 블록의 경우 14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2007년 광교신도시의 102대1이라는 경쟁률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최근 마감된 위례신도시 상가주택 용지의 경우 '청약폭주'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같은 부동산 시장에 불어오는 훈풍 소식에 공공기관 이전부지 활용에 대한 기대심리까지 더해지며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경기도시공사 이민호 홍보팀장은 "부동산 시장이 기지개를 켠 상태"라며 "대부분 공공기관들이 위치한 땅들을 보면 위치가 뛰어나다. 개발 콘셉트만 잘 세우면 지역 발전의 새로운 거점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정부 공공기관 매각 적극 나서

=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지방이전 공공기관이 보유한 부지의 매각을 지원하기 위해 '2014년 제1차 종전부동산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매각 물건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국유재산이 아닌 공공기관 이전 부지 일명 종전 부동산만을 대상으로한 이같은 별도 투자설명회는 올해 처음이다.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한 매각 설명회가 아닌 시공사와 시행사·자산운용사·금융사 등 기관투자자 200여명을 초청해 매각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국토부는 오는 17일 2차 투자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 부지의 매각을 원활히 하기 위해 관련 개정법률(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다.

개정 법률은 옛 부동산의 부지 형태가 불규칙하거나 도로, 상하수도를 설치 및 정비할 필요가 있을 때 부동산밖의 토지를 포함해 활용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했다. 국방대(고양) 부지의 경우 내년 1월부터 주변 부지와의 조화로운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김민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