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으로 아침 해결·해질때까지 열공
학교-학원 오가는 살인적인 일상
'학폭·왕따' 못견디고 극단 선택도
창의성 존중 학생들 행복 찾아줄때
# 학교, 학원, 학원… 엄마, 난 언제 쉬나요?
오전 6시40분께 김미애(가명·14)양은 시계소리에 몸을 뒤척인다. 새벽까지 공부해 눈이 떠지지 않을만큼 힘들었지만, 김양은 학교를 가기 위해 억지로 샤워를 하고 교복을 꺼내 입었다. 0교시 수업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학교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영어청취녹음 파일을 귀에 꽂은 채 스르르 잠이 들었다.
오전 8시 조례 시간, 선생님이 나눠 준 수학 프린트를 풀며 학교에서의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밥을 먹을 짬도 없이 학교에 온 터라 2교시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배꼽시계가 울렸다.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자마자 매점으로 달려가 빵을 먹으며 아침 겸 점심을 때운다. 점심시간이 따로 있지만, 밀린 학원 숙제와 예·복습을 하려면 점심시간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곯은 배를 대강 채우고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학원숙제를 하다 보면 오후 4시께 학교에서의 하루가 저문다.
하지만 김양은 숨돌릴 겨를도 없다. 편의점에 잠깐 들러 음료수 한 잔을 손에 들고 오후 4시 45분까지 수학 학원으로 향한다.
2시간 가량 이어지는 수학 수업이 끝나면 논술 팀 과외를 듣기 위해 피곤한 발걸음을 억지로 뗀다.
오후 10시. 약 16시간 만에 간신히 집 문턱을 밟았지만, 엄마가 준비해 둔 저녁 겸 야식을 입에 물고 다시금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는다. 과학 인터넷 강의를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강을 듣다 보면 자정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김양은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사회 문제집과 학원에서 내준 프린트까지 복습한다. 새벽 2시, 김양은 잠에 취해 잠든다.
겨우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1학년 학생의 살인적인 일과다.

# 왕따, 학폭(학교폭력의 준말), 자살… 끝이 없는 비극
올해 초 교육부가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498만명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교폭력을 경험한 학생들이 6만2천여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 100명당 1명꼴로 학교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초등학생(2.4%)이 고등학생(0.6%)보다 학교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하고 있다.
설문조사로 나온 결과치가 이정도라면, 실제 학교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그림자는 더 짙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최근에는 소셜미디어네트워크를 통해 벌어지는 '스마트폰 왕따'가 문제되고 있다. 친구들의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10여만원이 넘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 친구들에게 데이터를 뺏기는 이른바 '와이파이 셔틀'을 당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여러명의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언어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하는 학생들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 스마트폰 왕따를 경험한 초·중·고생의 비율이 무려 1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 왕따와 학교폭력이 온라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자살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교육부가 2010년부터 지난해에 이르기까지, 초·중·고등학생 자살사망 현황을 집계한 결과 초등학생 12명, 중학생 183명, 고등학생은 363명이 자살해 총 558명이 꽃다운 생명을 스스로 끊었다.
자살시도를 했던 청소년 증가율은 최근 4년동안 1.6배나 늘어나 앞으로 청소년 자살문제는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 오늘 행복한 아이가 내일 성공한다
경기도 교육청은 '희망'을 만드는 교육을 설계하기 위해 갖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아침밥을 먹고 오자는 의미에서 시작된 9시 등교와 같은 맥락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세월호 참극을 통해 앞으로 우리 교육이 가야 할 길을 찾아야 한다. 오늘날의 학교체제는 학생들의 창의성을 존중하고 확장시키기보다, 그것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직접 수업에 참여하고 토론을 통해 만들어가는 학생참여형 학습을 추구하는 혁신학교도 우리 교육의 비극적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실험 중 하나다. 교육청 측은 "교육청과 교육정책은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며 "교실과 학생에게서 교육적 가치가 확인되지 않는 정책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학생과 선생님의 교육현장을 가로막고 창의성을 무너뜨리는 교육제도는 과감하게 바꾸어 나가겠다"며 "새로운 학교, 새로운 교실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공지영·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