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둔안전센터에는 주종만 소방교 말고도 최고의 소방대원들이 있다. 이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구조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하지만 대원들에게 주어지는 근무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다. 일부 시민들은 다른 사람은 생각 않고, 이기적인 신고를 계속해 황당한 신고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고 대원들은 입을 모은다.

# 똑같은 사람, 똑같은 생명

지난 6월 29일 오후 10시께 수원역 애경백화점 고가도로 공사현장. 만취상태의 남성이 안전그물망 위에 엎드려 있었다. 술에 취한 이 남성은 자꾸 뒤척여 자칫하면 11m 아래로 추락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계속됐다.

이 남성은 김모(27)씨로 경찰에 쫓기고 있는 몸이었다. 차량절도범으로 도주 중 술을 마시고 그만 사고를 당했던 것.

현장에 출동한 수원소방서 서둔안전센터 구급대원들은 곧바로 구조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바닥에는 에어 매트리스를 깔았고, 사다리를 타고 조심스레 김씨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김씨는 주머니에 있는 돈뭉치를 뿌려대며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주변은 이내 만원짜리 지폐들이 날아다녔고, 붙잡히지 않으려는 김씨의 발버둥에 대원들은 애를 먹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구조에 성공했다. 그때서야 대원들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것도 잠시, 김씨는 곧바로 경찰에 인계됐다. 김씨를 바라보던 대원들은 허탈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절도범도 소중한 생명일 뿐이다.

현장에 있던 이송희 주임은 "상대가 범죄를 저질렀건 가진 것 없는 부랑자건 우리에게는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라며 "목숨보다 소중한 가치가 세상에 어디있겠느냐"고 말했다.

무사히 구조를 마친 뒤지만 대원들은 돌아와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하루에 많게는 20번도 더 출동해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발생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의 이기적인 119호출(?)에 진이 빠지는 순간도 많다. 매달 한번꼴로 '온몸이 아프다'며 신고하는 50대 여성의 신고를, 대원들은 알면서도 출동한다. 이들에게 소방대원은 단지 병원으로 가는 택시일 뿐이지만 어쩔 수 없다. 심지어 바퀴벌레를 잡아달라고 신고하거나 막힌 하수구를 뚫어달라며 119를 찾는 사람도 있다.

출동 뒤 돌아오는 발걸음은 허탈하지만, 그래도 대원들은 이유 불문, 구급차에 몸을 싣는다.

# 이 없으면 잇몸으로

서둔안전센터의 대원은 센터장 포함 모두 17명이다. 진압팀(5명씩 2개조)과 구급팀(2명씩 3개조)으로 나뉘는데, 진압팀의 경우 여전히 2교대 근무를 하는 셈이다. 진압팀 대원들은 24시간 종일 근무를 한다.

2~3시간 이상 진압활동이 필요한 이른바 '중불'이라도 나면, 퇴근했던 직원들까지 되돌아와 진압에 나서기도 한다. 서둔안전센터뿐만 아니라 경기소방 대부분의 안전센터가 겪는 문제로, 인원부족은 해마다 나오는 얘기지만 달라진 점은 없다.

그나마 3교대가 가능한 구급팀도 마냥 편할 수는 없다. 소방력 기준으로 구급차에는 3명(기관사 1명, 구급대원 2명)이 타도록 돼 있지만, 근무인원이라고는 2명이 전부라 운전과 구급활동을 동시에 하는 일이 일상이다.

이승로 센터장은 "수원시 인구가 120만, 수원소방서 전 대원이 380명이다. 소방대원 1인당 3천명이 넘는 시민을 보호하는 셈"이라며 "그러나 인명존중을 최우선 하는 대원들은 제복을 입는 순간 소방대원이 된다. 전 대원은 혼신의 힘으로 진압·구급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소방의 기능은 진압과 구급말고도 구조, 생활안전분야가 있지만 일선 안전센터에는 해당 기능에 대원을 편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생활안전 관련 신고 수가 늘면서 대원들은 각 기능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집 현관문이 잠긴 사람도, 가스불을 끄지 않고 나온 사람도 온통 119만 찾다보니 벌어진 현상이다.

이 센터장은 "황당한 신고들로 소방력이 낭비될 때도 있는게 사실"이라며 "급박한 사고현장이 많은 점을 도민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강영훈·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