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2001년 부천문화재단이 도내 두번째로 설립됐고, 고양문화재단과 성남문화재단이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경기도문화의전당도 재단법인으로 출범한 지 어언 10년이 됐다.
다이내믹 코리아에서 10년 동안 도내 문화재단이 가져온 변화는 실로 눈부시다. 시민들의 증언을 통해 당시의 문화적 환경이 어떠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고양시요? 아무것도 없었어요. 문화생활이라고 하면 영화보러 가는것 정도였죠." "성남은 대대적으로 개발이 진행된 곳이라 2000년대 초반까지도 생활기반시설이나 교육 등의 분야에 행정력이 집중됐었죠. 지금이야 성남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풍족하게 누리게 됐지만,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경기도문화의전당은 1991년 문화예술회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했어요. 지금은 주변이 다 개발됐지만, 10년 전만 해도 주변에 아무 것도 없고, 볼 것도 없었죠." 하나같이 당시의 '문화'에 관해서는 말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10년 사이 이들 재단은 지역민은 물론이거니와, 고양문화재단은 경기 북부를, 성남문화재단은 경기남부를, 경기도문화의전당은 도 전체를 아우르며 '문화지대'를 확산하고 있다.
'문화예술회관'에서 '문화의전당'으로의 변화는 외형적으로는 몇 글자 바꾼 것일 뿐이지만, 내용면에서는 혁신적이다. 전당은 재단으로 독립한 2004년부터 현재까지 2천300여차례 찾아가는 공연 '아츠 해비타트(Arts Habitat)'를 통해 115만여명 도민에게 문화 향유의 기회를 안겨줬다.
또한 국내 처음으로 '행복교실'을 운영해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울 수 없었던 예술적 감성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경기도립무용단, 경기도립극단, 경기도립국악단, 경기팝스앙상블 등 예술단은 무대 밖으로 나와 찾아가는 순회공연을 펼쳐 25만 도민과 만났다.
성남문화재단은 2005년 개관한 성남아트센터를 중심으로 수준높은 공연을 시민들에게 선보이는 한편, '사랑방문화클럽' 사업을 통해 시민 누구나 문화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고양문화재단 역시 문화예술공간 고양아람누리, 고양어울림누리뿐 아니라 고양시 전체를 무대삼아 고양호수예술축제, 고양행주문화제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거리를 무대로 내주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대 위에서 더 좋은 공연을 보여주려는 노력 이상으로 시민의 생활속에 문화를 침투시키기 위해 애쓴다는 것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 관계자는 "사설 극장과 공립문화단체의 가장 큰 차이점이죠.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대가로 수입을 올리려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지역민들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거죠"라고 말했다.
이것이 바로 시청이나 도청의 일개 부서에서 관리하던 문화정책을 독립시켜 재단이 수행하도록 하는 이유다. 보직이 자주 바뀌는 공무원 집단 안에서는 전문적인 인력을 키울 수 없었고, 담당자가 바뀌면 사업이 중단됐고, 담당 공무원의 손에서 모든 게 결정되는 시스템 안에서는 부작용이 생기게 마련이었다.
문화재단이라는 전문기관은 '전문성'과 '지속성', '투명성'을 바탕으로 공적 영역을 대신하고 있다. 10년 동안 이들이 거둔 성과를 지난 6월 정년퇴직한 성남문화재단 전 직원을 통해 전해들었다.
"성남아트센터에 근무한 게 2011년부터고, 문화활동을 시작한 건 1995년이니까 성남의 문화변천사는 모두 지켜본 셈이죠. 문화 활동의 성과라는 것이 수치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러나 문화재단이 없어진다는 것을 상상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죠. 사설 공연장보다 훨씬 저렴한 공연 관람 비용이나 주민 누구나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 학교나 양로원 등의 시설에 찾아가는 프로그램들이 다 없어지는 겁니다. 생활이 많이 허전해질 거예요."
현재 경기도내 31개 시군 중 지역 문화재단이 설립된 곳은 12곳이다. 지난해에만 두곳이 늘었고, 문화재단 설립을 준비하는 지역이 더 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늘 전망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지난해에는 '경기도문화재단협의회'가 구성됐다. 이들의 목적은 '문화재단 간 지역문화예술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서로 협력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협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경기도에는 가장 오래됐으며 다른 재단의 모델이 되는 경기문화재단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문화재단이 있어요. 그러나 아직은 예산을 비롯해 정책 수립과 수행에 있어 관(官)과 연결된 부분이 많고, 위에서 세운 정책을 민간에 전파하는 톱다운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향이 있죠. 궁극적으로 지역의 문화가 성장 발전하려면 민간의 자리를 넓히고 역량을 키워야 해요. 재단은 중간자적 역할이죠. 이런 중간자들이 협의체를 통해 상호 교류하면서 보다 탄탄한 울타리를 만들려는 거예요."
각 문화재단들이 시군의 경계를 넘어 노력하는 만큼 지역민들도 할 일이 있다. '문화향수권'이라는 권리를 누리기 위해 마땅히 져야 할 의무다. 지역의 문화판에서 좀 놀았다는 형님, 언니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잘 노셔야 해요. 스스로가 문화 재단의 주인이 되세요. 많은 사람이 열심히 누릴수록 더 많은 문화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