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스포츠는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딛고 일어선 선수들의 고난과 역경, 그 자체만으로도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 선수들이 세상의 편견과 차별에 당당히 맞설 수 있도록 바로 옆에서 응원하고 지켜준 가족과 코치진 등의 삶과 열정도 보는 이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은 '열정의 물결, 이제 시작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오는 10월 18일부터 24일까지 아시아 42개국, 6천여 명의 선수단과 임원이 참가한다. 2010 광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때 치러진 19개 종목에 론볼, 요트, 휠체어댄스스포츠, 휠체어럭비 등이 더해져 총 23개 종목이 열리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다.

#한국 휠체어농구의 새 역사를 쓴다!
한국 장애인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인천장애인 아시안게임 메달 전망을 밝히고 있다.
한국은 지난달 인천에서 열린 2014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에서 새 역사를 썼다. 조별리그 E조 마지막 경기에서 이란에 최대 15점차로 끌려가다 마지막 4쿼터에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한 대역전극을 이뤄내며 사상 첫 8강 진출을 달성한 것이다.
최고의 주역은 공수에서 맹활약한 '에이스' 김동현(27)이었다.
그는 여섯 살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휠체어 농구를 접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김동현은 국내 유일의 실업팀인 서울시청에서 선수생활을 하던 중 지난해 이탈리아 세미프로 산토 스테파노로 이적했다.
한사현 대표팀 감독은 "기세를 몰아 장애인 아시아게임에선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림픽 7연패의 위업, 보치아
비장애인 스포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장애 선수들만의 경기가 있다. 특히 중증 뇌성마비인들이 출전하는 보치아는 국제대회에서 우리나라 메달 효자 종목으로 꼽힌다. 표적구를 먼저 던져놓고 적색공과 청색공을 던지는데, 표적구에 가까운 공의 숫자가 점수로 합산된다.
정호원(28·속초시장애인체육회)과 김한수(22·경기도장애인보치아연맹)는 세계랭킹 1·2위를 자랑하는 선수들이다. 둘은 BC3(최중증 장애등급) 2인조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한편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이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선 김한수가 금메달을, 정호원이 은메달을 땄다.
특히 김한수와 어머니 윤추자(54) 코치의 사연이 뭉클하다. 김한수는 난산(難産)의 후유증으로 6살 때까지 앉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가 운동을 시작한 것은 순전히 윤 코치 덕이었다. BC3는 선수가 보조자에게 지시를 하며 경기를 풀어가야 하지만 김한수는 언어장애가 있어 대화도 불가능하다.
윤 코치는 아들의 무릎 위에 숫자판을 놓고 서로만의 언어로 경기를 풀어간다. 김한수는 끈질긴 노력 끝에 광저우 대회에서 어머니에게 금메달을 안겼다.
지난 2009년부터 BC3 2인조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정호원과 김한수는 런던패럴림픽의 부진을 털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호원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께 항상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며 "이번에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 꼭 보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육상 원반종목, 백전노장의 힘
육상 원반종목(F11) 국가대표인 배유동은 51세 노장 선수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에게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시련이 찾아왔다. 망막색소변성증을 앓게 돼 결국 37세 젊은 나이에 실명을 하게 된 것이다.
개그맨 이동우도 이 질환으로 실명했다. 시력을 잃은 배유동은 당장 살 궁리부터 해야 했다. 방황을 하던 중 시각장애인 친구의 추천으로 운동을 시작한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광저우 대회에서 동메달(27.14m)을 목에 걸었다.
육상은 비장애인스포츠 중에서도 그리 인기있는 종목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장애인 육상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원반은 선수층도 얇아 더욱 척박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도 배유동은 올해 세계랭킹 1위로 30.13m의 개인 최고기록을 갖고 있다. 백전노장임에도 자만하지 않고 누구보다도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는 그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탁구 최연소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부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모든 경기종목을 통틀어 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주인공이 장애인 탁구 선수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1972년 제4회 하이델베르크 대회에서 한국의 송신남 선수가 당시 탁구 개인단식과 단체전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장애인올림픽은 1960년 로마에서 처음 개최됐는데, 비장애인 올림픽과 달리 첫 대회 때부터 탁구가 정식 종목으로 포함됐다.
2004년 아테네 패럴림픽에서는 '영건(Young Gun)'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회 2관왕에 오른 역대 한국 최연소 금메달 리스크가 탄생했다. TT4종목(1~5는 휠체어, 6~10은 스탠딩, 11은 지적장애, 번호가 낮을수록 장애 정도가 심함)의 김영건(31)이다.
하지만 2008년 베이징대회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당한 그는 심기일전해 2012년 런던대회에서 다시 금메달을 되찾았다. 김영건은 중학교 1학년 때 척수염으로 수술하던 중 신경에 손상을 입었다. 17살부터 탁구를 시작한 그는 기술이 좋고 끈기가 있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훈련도 과하다 싶을 만큼 많이 한다고 한다. 베이징 대회에서 부진했던 것도 연습 도중 부상을 입은 탓이 컸다. 김영건의 금메달 획득은 결국 컨디션 조절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달 유망주, 우리를 주목하라!
유도, 사이클, 볼링, 수영, 역도 등도 메달 유망주들이 출전하는 종목이다.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양평군청 소속 최광근(26·-100㎏, B2(약시))은 세계 최정상급 선수다. 2010년 터키세계장애인유도선수권부터 같은 해 광저우대회, 2011년 국제시각장애인경기연맹(IBSA) 종합세계선수권대회, 2012년 런던패럴림픽에 이르기까지 국제대회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같은 팀 소속 이민재(23·-60㎏, B2)도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스프링스 세계시각장애인유도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사이클에선 인천 소속인 이도연(여·핸드사이클·WH4(하지마비))이 올해 장애인사이클세계월드컵대회 도로독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광저우 대회에서 2관왕에 오른 김종규(32·텐덤사이클·1B(시각장애))도 2연패를 노린다. 볼링은 광저우 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한 종목이다. 메달 효자 종목을 꼽으라면 수영을 빼놓을 수 없다. 1994년 베이징 대회 이후 누적 메달 개수가 총 68개(금 21, 은 28, 동 19)로 전체 종목 가운데 가장 많다. 역도에서는 +107㎏급 전근배의 활약이 기대된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