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관광산업 육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건 국내 의료진의 수준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기구(OECD)가 지난 6월30일 발표한 'OECD Health Data 2014'에 따르면 국내 의료 시설과 장비는 OECD 가입 34개 국가 중 2위에 이르는 선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의료서비스는 4위, 기술수준은 9위에 오르는 등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의료관광산업 종합경쟁력은 OECD 34개국 중 19위에 올라 있고 의료관광산업 성장성은 24위로 중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시아 지역 국가 중 의료관광을 새로운 성장 분야로 육성하고 있는 국가는 태국과 싱가포르, 인도, 터키 등을 꼽을 수 있다.
태국은 의료서비스와 스파(SPA)·마사지 등 건강관리서비스, 관광자원 등이 결합한 상품 개발을 통해 2011년 156만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했다.
또 싱가포르도 의료관광사업의 기획·지원 전담조직인 '싱가포르 메디슨(Singapore Medicine)'의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 72만명을 유치했다.
반면 2011년 국내 의료관광객은 12만2천여명에 불과했다.
이 분석 자료에 의하면 정부와 국내 의료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선 의료 기술과 장비를 갖추고도 아시아 신흥국들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의료관광산업 분야에서는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국내 의료관광산업이 성장이 멈춰 있는 건 아니다. 의료관광을 통해 국내에서 진료 받은 외국인 환자는 2009년 6만명 수준에서 2011년 12만2천여명으로 103% 증가했다.
2013년에는 21만1천여명이 의료관광을 위해 방문해 의료관광 20만명 시대를 열었다.
외국인 환자에 의한 진료 수입도 2010년 1천32억원으로 1천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했고 2012년에는 2천673억원을, 지난해에는 3천934억원을 기록해 4천억원 시대를 앞두고 있다. ┃표 1 참조
# 의료관광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는 지역 병원들
국내 의료관광산업은 각종 드라마가 일본과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며 시작된 한류 열풍을 타고 시작됐다.
이런 추론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3년 한국에 오는 외국인 환자 국적'에서 중국이 26.5%로 1위를 차지한데서 알 수 있다.
중국 외에도 일본(8.0%)과 몽골(5.7%), 베트남(1.4%) 등이 4~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래픽 1 참조
경기지역 병원들도 이런 의료관광객 추세에 맞춰 아시아지역 국가에 선진 의료 기술을 전파해 주는 수준에서 벗어나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네트워크 전문병원과 대학병원들이 잇따라 개원을 하고 있는 수원지역은 병상수가 많은 중대형급 전문 병원들이 외국인 환자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러시아와 몽골어, 중국어, 일어, 영어 등이 능숙한 인력을 채용해 의료관광산업을 대비하고 있다.
특히 아주대의료원은 러시아와 구 소련에서 독립한 동유럽 국가들에서 환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러시아와 일어 통역이 가능한 인력을 채용하고 영어에 능숙한 의사와 간호사 등으로 구성된 외국인진료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성빈센트병원도 몽골어와 러시아어의 통역이 가능한 직원들로 구성된 국제의료센터를, 이춘택병원은 러시아어 통역이 가능한 코디네이터를 채용하고 외국인 전용 병상을 설치해 러시아 언어권 환자들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정형외과 전문병원인 주석병원(국제사업팀)과 윌스기념병원(국제교류팀)도 전문 부서를 설치해 외국인 환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지역 병원이다.
# 의료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보건산업통계에 의하면 2011년도에 국내에서 진료를 받은 외국인 환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진료 과목은 15.3%를 차지한 내과였다. 그 뒤를 피부·성형외과(12.7%), 가정의학과(8.7%), 검진센터(8.3%%) 순이다. ┃표2 참조
특히 검진센터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한방과의 비중은 증가하고 있다.
검진센터의 비중이 감소하고 있지만 지역 병원들은 좋은 의료 기술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분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원지역 A종합병원 관계자는 "지역 병원들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가 있다. 예를 들면 L병원 같은 경우는 척추 분야에서 전국에서 손꼽히고 D병원은 뇌혈관 분야로 유명하다. 그리고 지역 종합병원들 대부분이 양한방 협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지역 병원들의 여러가지 여건상 외국인들에게 자신들의 기술을 홍보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 수원지역 정형외과 병원 중 이춘택병원, 윌스기념병원, 우리병원, 주석병원 등은 전문 분야에 대한 의료 기술과 장비에 대한 인증을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았다.
또 동수원병원, 아주대병원, 성빈센트병원 등 수원지역 종합병원들도 양한방 협진 시스템과 각 진료 과목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각종 인증을 받았지만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내 의료계에서 추진하고 규제 개혁 못지않게 지역 병원들에 필요한 것은 병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의료기술에 대한 홍보다.
홍보 외에 지역 병원들이 가장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환자들과의 의사소통을 맡아 줄 전문 통역 인력이다.
일부 병원에서 외국인환자 유치 관련 부서를 만들어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을 할 수 있는 인력을 채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지역 병원들은 환자와의 소통을 가장 어려워하고 있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기도나 인구 80만 이상의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 병원들의 특화된 의료 기술 홍보, 통역과 간병인에 대한 지원을 맡아 줄 의료관광산업 관련 기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여기에다 외국인환자 가족들이 머물 수 있는 저렴한 관광호텔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B병원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홍보와 순환 전문 통역인 제도, 또 외국인만 전담하는 간병인 제도를 만들어서 지원해 준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외국인환자가 수술을 받으러 입국을 하면 결국 그 가족들까지 방문할 수밖에 없다. 그럼 의료계 뿐 아니라 지역 경제도 활성화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김종화·유은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