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부평 한복판의 미군기지 캠프마켓은 기지 '반환'(이전)을 앞두고 있다. 캠프마켓은 일제 조병창 이후 70년 이상을 외국군이 주둔해 온 곳이다.
소설가 이원규(67)가 쓴 인천이야기 중 미군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분단 소설을 통해 인천을 드러내고자 했던 이원규가 주목했던 소재는 미군이었다. 이원규의 손끝에서 인천 미군부대 주변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들이 소설로 형상화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미군기지와 기지촌이 처음으로 생긴 도시가 인천이다. 당시 우리는 미군을 통해 미국을 인식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출발점이 인천이었던 셈이다.
미군은 일제의 침탈을 벗어나게 해준 해방군임을 자임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서구 문화를 도시 곳곳에 전파했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도시에서 미군은 일종의 활력소가 되기도 했다. 반면 미군은 우리에게 점령군으로서의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웠다.
어른이건 어린아이건 가리지 않고 총을 쏘고, 부녀자를 겁탈하는 일이 빈번했다. 양공주는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지만 충분히 보호받지 못했다. 그들을 비난하면서도 양공주로 인해 이권을 챙기는 일에 몰두한 이웃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떠났다. 희미한 기억만 남았다.
김현석 부평역사박물관 학술조사전문위원은 "부평은 1930년대 일제가 포병 훈련장으로 쓰고 조병창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남의 땅'으로 남아있다"며 "이 공간에서 이어진 역사, 이곳을 점령했던 미국과 일본을 정교하게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규처럼 기지촌 인천의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 작품은 없다.
그 이원규의 작품은 70년 세월이 흐르면서 지워지고 잊혀져가는 미군에 얽힌 기억을 되살리게 해주는 촉매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김명래기자
[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70년전 인천지역 미군과 기지촌의 '민낯'
입력 2014-09-03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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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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