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가입을 자축하는 '라이언킹' 이동국(전북)의 역전 헤딩 결승골과 쐐기골을 앞세워 베네수엘라에 승리를 거뒀다.

신태용 코치가 임시로 지휘봉을 잡은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FIFA 랭킹 29위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서 1-1로 팽팽하던 후반 7분 역전 헤딩 결승골과 후반 17분 쐐기골을 잇달아 터트린 이동국의 원맨쇼에 힘입어 3-1로 이겼다.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전한 이동국은 A매치 100경기째 출전과 함께 역전 결승골과 쐐기골까지 성공시키는 활약으로 '최고참 태극전사'다운 저력을 과시했다.

이명주는 0-1로 끌려가던 전반 33분 동점골을 터트리며 A매치 10경기 만에 짜릿한 데뷔골을 기록, 브라질 월드컵 최종엔트리 탈락의 서러움을 떨쳐냈다.

이날 한국은 이동국을 공격의 정점으로 삼고 좌우 날개에 손흥민(레버쿠젠)과 조영철(카타르SC)을 배치한 4-1-2-3 전술로 남미의 강호 베네수엘라를 상대했다.

▲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베네수엘라 경기. 한국 이명주가 골을 넣고 동료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주와 이청용(볼턴)이 역삼각형 중원 조합의 전방에 나섰고,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의 중심이 됐다.

포백(4-back)은 김민우(사간 도스)-김영권(광저우 헝다)-김주영-차두리(이상 서울)가, 골키퍼는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맡았다.

이날 오랜만에 화끈한 득점포가 터지면서 브라질 월드컵에서 보여준 졸전으로 상심한 팬들의 가슴에 청량감을 안겨줬다. 한국이 이날 기록한 3골은 올해 치러진 10차례 A매치 가운데 한 경기 최다골이었다.

한국은 전반 3분 만에 역습을 허용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베네수엘라의 공격수 호세 살로몬 론도(제니트)의 단독 슈팅을 골키퍼 김진현이 '슈퍼 세이브'를 펼쳐 첫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전반 21분 김진현의 골킥이 전방에 도사리고 있던 베네수엘라의 마리오 론돈(나시오날)에게 연결되는 실수가 벌어졌고, 론돈은 전진한 김진현의 키를 살짝 넘기는 로빙 슈팅으로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다.

골키퍼의 치명적인 실수에 잠시 상승세가 꺾이는 듯했던 한국은 이명주의 동점골로 기력을 회복했다.

브라질 월드컵과 인천 아시안게임 명단에 모두 제외되면서 '비운의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명주는 전반 33분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선발로 나서 전반전 내내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이동국은 후반 들어 해결사 본능을 과시했다.

후반7분 이동국은 김민우가 오른쪽 코너에서 차올린 코너킥을 골지역 오른쪽 구석에서 헤딩으로 연결시키며 베네수엘라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동국의 A매치 31번째 골이었다.

▲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친선경기 대한민국 대 베네수엘라 경기. 3대1로 대표팀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뒤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국은 헤딩으로 역전 결승골을 터트린 지 10분 만에 결승골을 기록했다. 이명주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수비수 발에 맞고 흐르자 이동국이 골대 왼쪽 구석을 겨냥한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한국은 후반 막판 골키퍼 김진현이 공중 볼을 잡다가 상대 선수와 부딪혀 넘어지는 상황에서 격앙된 베네수엘라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신경전도 벌였지만 더는 실점하지 않고 2골차 승리를 마무리했다.

베네수엘라와의 첫 평가전에서 승리를 거둔 한국은 최근 A매치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의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내년 1월 아시안컵 준비의 첫 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한편, 한국은 오는 8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이날 새로 선임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FIFA 랭킹 6위의 강호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