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경기를 두고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들 한다. 특히 야구 경기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측 불허의 명승부가 종종 펼쳐지곤 한다.

그래서 스포츠는 경기 현장에서 보는 게 실감나게 마련이다. 스포츠를 책으로 옮긴다면 어떨까. 한 경기, 한 시즌의 결과는 이미 모두 알고 있지만, 그 결과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나 재미난 에피소드는 꼭 그날 그때가 아니라도 읽을 수 있다. 야구장에 가지 않아도 텔레비전 앞에 앉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지니고 다닐 수 있다.

인천 최초의 프로구단 '삼미 슈퍼스타즈'의 이야기를 담은 박민규의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 그렇다.

사실과 허구가 적절히 어우러진 인천 야구와 선수들의 이야기가 한 장면 한 장면 펼쳐진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슈퍼스타즈의 팬이 되어 버리고 만다.

이 '각본 있는 드라마'는 여전히 읽히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2001년 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서울대 중앙도서관 대출 순위 100위 중 6위에 랭크할 정도다. 저마다 응원하는 야구팀은 달라도 이 책을 읽은 이들의 마음 속엔 그 옛날 인천의 '슈퍼스타'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를 다룬 첫 소설의 배경이 '인천'이라는 점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인천은 역사적으로 야구의 도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개항과 외래 문물의 도입, 야구를 좋아하는 미군부대 등 인천을 구도(球都)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많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도 야구 경기가 펼쳐진다.

우리나라 등 아시아 8개 국가가 실력을 겨룬다. 1982년 인천의 한 소년이 삼미 슈퍼스타즈를 만나 야구팬이 됐듯이, 아시아 어느 나라의 한 소년도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 야구팬이 될 것이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