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게임 개막식. 19일 오후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사진)과 북한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취재단
'아시아의 미래를 만나다'.

인천은 전쟁이 남긴 상처와 아픔이 많은 도시다. 한국전쟁 등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열강들의 패권다툼이 벌어질 때마다 인천은 어김없이 전쟁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됐다. 그래서일까. 인천은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로 역사에 길이 남을 제17회 아시안게임을 열면서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 길로 가는 첫걸음으로 '나눔'과 '배려'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 시대적 정신 '문화 다양성' 존중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은 한국 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지휘 아래 45개 참가국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무대로 꾸며졌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부터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 올림픽,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이르기까지 최근 열렸던 각종 국제대회에서처럼 자국의 국력이나 문명의 우월감을 과시하지 않고, '하나되는 아시아'를 상상하며 다함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본 행사는 개회식 날짜인 19일을 기념해 오후 7시(19시) 19분에 시작됐다. 카운트다운은 인천 아시안게임 45개 참가국을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45'부터 시작됐다. 약소국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 다양성'의 시대적 정신을 반영해 카운트다운 당시 스타디움 전광판에 아시아권 29개 언어를 모두 송출했다.

# 인류 화합의 상징 '굴렁쇠' 재등장
1부 무대에 오른 '굴렁쇠 소녀'와 44명의 어린이가 펼친 굴렁쇠 퍼포먼스는 하나의 지구, 화합하는 인류를 상징하는 굴렁쇠를 통해 아시아가 하나되는 꿈을 향해 함께 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굴렁쇠 소녀는 인천 청일초등학교에 다니는 리듬체조 꿈나무인 김민(12) 양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꿈꾸고 있다.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전광판에서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 당시 전 세계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굴렁쇠 소년'이 등장했다. 대한민국의 성장을 되새기고 이제 인천이 아시아 국가와 함께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향해 가겠다는 메시지였다.

#  인천시민이 무대의 주인공
인천 시민으로 구성된 풍물패가 신명나는 '부평풍물놀이'로 맨 처음 손님맞이 공연에 나섰다. 또 시민들은 화려한 청사초롱 퍼포먼스로 손님들을 환영했다.

문화공연의 첫 무대가 된 2부도 시민들이 열었다. 고은 시인이 헌시한 '아시아드의 노래'에 곡을 붙인 노래를 919명(개막일인 9월19일을 의미)으로 구성된 인천시민합창단이 소프라노 조수미와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인천의 미래인 어린이들도 무대에 올라 아기자기한 율동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다. 청년서포터스, 인천연극협회, 인천시립교향악단 등도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 아시아를 향해 인천이 들려준 이야기
특히 총연출을 맡은 장진 감독은 '아주 오래전의 아시아', '바다를 통해 만나는 아시아',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된 아시아', '오늘 만나는 미래, 하나된 아시아' 등 4막의 줄거리로 구성한 문화공연에 공을 들였다.

1막은 비록 지금은 국가라는 틀 안에 갇혀있지만 우리가 짐작할 수 없는 아주 먼 과거에 아시아인이 하나였던 때를 상상했다. 하나로 연결된 대륙은 안타깝게도 균열이 시작되며 갈라지고 말았다는 설정이었다.

2막에선 굴렁쇠 소녀가 배를 타고 우리가 원하는 미래이자 동시에 하나였던 아시아를 만나러 떠나는 여정이 그려진다. 인천항을 출발한 배는 시공간을 초월해 심청이 눈이 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진 설화가 전해지는 인천의 바다, 그리고 한반도의 관문인 인천의 바다를 통해 아시아 각국을 향한다. 

인천을 소개한 3막에서는 인천의 옛 이름인 미추홀에 첫 발을 디딘 전설 속의 인물 비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1903년 대한민국에 최초로 세워진 팔미도 등대를 비롯해 근대화의 중심이었던 인천을 상징하는 우편, 전화, 철도 등이 공연무대의 소재가 됐다.

4막은 인천항을 떠난 배가 45개국 아시아인을 태우고 돌아오며 다시 하나되는 아시아를 기뻐하며 축제를 여는 것으로 한 편의 드라마는 마무리된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