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는데…하성이가 제 꿈을 이뤄준 것 같아 기쁩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 나온 20일 강화 고인돌체육관.

우슈 투로 장권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하성(20·수원시청)이 도핑 검사를 받으러 들어간 사이에, 같은 유니폼을 입은 한 남자의 눈이 촉촉해졌다.

투로 대표팀을 이끄는 박찬대(41) 코치였다.

박 코치는 현역 시절 세계적인 우슈 선수로 활약한 '무림 최고수'다.

1992년 국가대표로 선발돼 1993년부터 2001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6개와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하며 세계를 호령했다.

우슈 종주국인 중국의 고수들을 통틀어도 6차례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는 박 코치뿐이었다.

우슈가 워낙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비인기종목이라 유명하지 않을 뿐이지, 한국에서 다시 나오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스포츠 스타인 것이다.

그런 그에게도 한이 있다. 한 번도 목에 걸어 보지 못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박 코치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전, 남자 장권에서 자신의 우상이자 당대 최고수로 평가받던 위안원칭(중국)에게 아쉽게 패배하고 은메달에 머물렀다.

이후 박 코치는 전성기를 이어갔지만, 한국 우슈가 내부 문제로 아예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못한 탓에 히로시마가 마지막 아시안게임이 되고 말았다.

박 코치가 이루지 못한 꿈을 제자 이하성이 이뤄준 것이다.

실제로 이하성이 6세 꼬마이던 시절 처음 우슈에 입문할 때에 스승이 박 코치였고, 지금껏 이하성을 아끼며 길러낸 이도 박 코치다.

이하성은 이날 금메달을 따낸 뒤 "여기까지 올라온 것이 모두 박 코치님 덕분"이라며 "항상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계속 곁에서 배우며 성장하고 싶다"고 박 코치에 대한 존경심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 코치도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제자가 이루자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뿌듯함을 드러냈다.

박 코치는 "이하성은 정신력이 강하고, 우리 선수 가운데 가장 실수율이 낮다는 데이터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마침 강력한 우승 후보이던 자루이(마카오)가 최근 기량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데이터도 나오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경험 짧은 이하성의 금메달 가능성에 대해 우려도 많았지만, 나는 '믿어달라'고 주변에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박 코치는 여전히 지니고 있는 '현역'의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내가 경기에 직접 나가 뛰는 게 낫더라"면서 "믿고 기다리는 게 정말 힘들었다"고 그제야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