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게임 승마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한국 선수들이 명연기를 펼쳤으나 정작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20일 인천 드림파크 승마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단체전에서 관중들로부터 가장 큰 환호성을 끌어낸 선수는 태국의 시리와나리 나리랏(27) 공주였다. 그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손녀다.

50여명의 태국 팬들은 경기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경기장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공주님'을 응원하며 분위기를 돋웠다.

한 무리는 태국 전통 의상에 말 인형을 붙이고 북소리에 맞춰 말을 타는 흉내를 내 지나가는 다른 관객들을 폭소케 했다.

나리랏 공주의 연기를 숨죽여 지켜보던 태국 팬들은 그가 마장을 빠져나오며 팔을 벌려 인사하자 기립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국 선수를 향한 홈 팬들의 응원 소리보다도 컸다.

대회를 보려고 태국에서 왔다는 두두 씨는 "대회가 끝날 때까지 태국의 경기를 모두 관전하겠지만 공주님이 출전하는 오늘 승마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공주님이 금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믿는다"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나리랏 공주는 경기가 절반 정도 진행된 현재 꼴찌에서 두 번째에 해당하는 점수(57.079%)를 받았고 동료들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해 입상권에서 멀어진 분위기다.

그러나 태국 팬들은 그의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하는 듯했다.

나리랏 공주는 2006년 도하 대회에서는 태국의 배드민턴 대표로 뽑혀 아시안게임을 경험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