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외국선수들의 눈에 비친 개최도시 인천의 모습은 어떨까.

23일 오후 구월아시아드선수촌 동문 앞에서 출발한 인천시티투어버스에 전날 모든 경기를 마친 말레이시아 크리켓 선수단과 네팔 사격 선수단 20명이 올랐다. 바쁜 경기 일정으로 한 번도 선수촌 밖으로 나가보지 못했던 이들은 이날 경기장이 아닌 인천의 다른 모습을 봤다.

투어가 시작되기 전 "인천은 어떤 도시냐"는 기자의 물음에 이들은 단번에 "(물가가) 비싼 도시"라면서 부정적 이미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투어를 시작한 지 30분 후 이들의 대답은 바뀌었다. 인천 월미공원에서 물범카를 타고 월미산 정상을 향하는 내내 사진을 찍으며 '와'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네팔의 사격선수 푼키비(30)씨는 "인천의 도심 속에서도 깨끗하고 시원한 산의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는게 놀랍다"고 말했다. 월미산 정상에서 인천항을 내려다보더니 "엄청 크다"며 "인천이 얼마나 큰 도시냐"고 되물었다.

말레이시아 크리켓 선수인 에밀리아(29·여) 역시 "말레이시아에서는 호수, 강만 보다가 이렇게 큰 바다를 보니 정말 놀랍다"며 항구에 서 있는 배들을 하나둘 세어 보기도 했다.

월미공원 국화길(국화축제)에서는 선수들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자 자원봉사자와 직원들이 다음 코스로 가는 시간을 맞추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선수들은 형형색색의 국화행렬을 보고 "이것봐, 이것봐"하며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월미공원 내부에 마련된 초가집과 옛 건물 기둥, 물건 등을 하나하나 만져보기도 했다. 같은 나라의 맥얌(59·여·선수단 매니저)씨는 기와집을 바라보며 "한국식 디자인은 참 특이하면서 아름답다"고 감탄했다.

월미공원을 빠져나온 이들은 남구 문학동 도호부청사로 향했다. 도호부청사에서는 전통 민속음악 공연인 강화용두레질소리(인천무형문화재 제12호)가 진행되고 있었다.

선수와 관계자들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동영상을 찍어댔다. 공연을 본 네팔의 트릴로찬(45·선수단 매니저)씨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공연인데도 참 활기차다"며 "인천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공연이다"라고 호평했다.

불가리아에서 온 크레시미르(57·물리치료사)씨는 "88올림픽 때도 한국에 왔었는데 그때는 서울만 둘러봤다"며 "인천은 좀더 활기찬 또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투어가 끝날 때쯤 기자는 선수들에게 "인천이 어떤 도시냐"고 다시 물었다. 선수들은 "아주 크고 활기찬 도시(Very Big and Energetic City)"라고 답했다. 다시 오고 싶냐는 물음에는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아시안게임을 인연으로 인천을 찾아 온 이 선수들은 인천이 준 또 다른 추억을 선물로 간직한 채 24일 모국으로 돌아간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