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석에서 깊은 탄식이 터져 나왔다. 우려가 현실로 이어졌다. 아시안게임 3연패를 갈망하던 기대감의 무게가 그의 어깨를 짓눌렀던 것일까. 전광판 기록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도 결국 고개를 떨구었다.

한국 수영의 간판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이 정상의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은 라이벌 중국의 쑨양이 눈시울을 붉히던 관중을 향해 박태환의 손을 힘껏 들어올리자 응원의 박수와 환호성이 다시 터져 나왔다.

박태환은 23일 자신의 이름을 딴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8초33으로 쑨양(3분43초23), 일본의 하기노(3분44초48)에 이어 동메달에 그쳤다.

이로써 2006년 도하대회와 2010년 광저우대회에서 거푸 정상에 오른 박태환은 이번에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을 노렸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박태환은 지난 21일 자유형 200m에서도 대회 3연패에 도전했지만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박태환에게 아시안게임 무대는 남달랐다. 8년 전인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자유형 200m·400m·1천500m 금메달을 싹쓸이하며 자신의 이름 석자를 국민들의 뇌리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당시 그는 17세 소년이었다. 2007년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지만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전 종목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자유형 100m·200m·4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아시안게임 2개 대회 연속 3관왕을 차지했다. 그에게 늘 영광의 무대가 됐던 아시안게임은 3번째 출전이자 안방인 인천대회에선 시련의 무대가 되고 있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