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崔仁勳, 1936~)의 소설 '광장'은 이명준이라는 인물을 통해 분단 상황의 부조리와 남북 이데올로기 갈등의 단면을 그린 작품이다. 서울의 한 대학교 철학과 학생 명준은 '밀실만 푸짐하고 광장은 죽은' 남한 사회에 절망을 느껴 월북한다.

하지만 명준은 '개인이 아닌 당이 주인공'인 북한 사회에도 환멸을 갖는다. 그러던 차에 한국전쟁이 터져 인민군이 된 명준. 그는 전쟁에서 딸을 임신한 애인 은혜를 잃고, 포로가 된다. 그는 남한과 북한도 아닌 중립국을 선택한다. 그러나 인도행 배에서 은혜와 딸을 떠올리며 바다에 투신한다.

인천은 소설 '광장'의 여러 공간적 배경 중 한 곳이다. 최인훈은 명준의 첫 번째 여자친구 윤애의 집과, 명준이 어선을 타고 월북하는 장소를 인천으로 설정했다. 명준이 윤애 집에 머물면서 선창을 배회하는 장면에선 인천의 옛 부두 풍경이 실감난다.

소설 '광장'을 읽으면 전쟁 포로를 떠올리게 되고, 전쟁 포로는 포로수용소를 연상케 한다. 인천에도 포로수용소가 있었지만, '국제도시'를 이야기 하는 지금, 이런 사실을 모르는 이가 많다. 인천은 전쟁 포로와 관련해 다른 도시에 비해 더 깊은 아픔을 갖고 있는 도시다.

최인훈은 1960년 11월 종합문예잡지 '새벽'을 통해 소설 '광장'을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작품 분량을 늘려 '정향사'에서 첫 개작 단행본을 냈다. 이후 그는 신구문화사, 민음사, 문학과지성사 등을 통해 재출간할 때마다 내용을 수정하고 다듬었다. '광장'은 오랜 기간 많이 읽힌 책이다. 문학과지성사에서만 약 68만부가 팔렸다.

/목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