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명이 사는 아시아에서 분쟁이 멈췄던 때가 있었을까.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 국가 간의 영토 분쟁, 국익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지난 23일(한국시간) 미국이 이라크에 이어, 시리아 내 이슬람 수니파 무장 세력인 이슬람 국가(IS)에 대한 공습을 개시했다.

이라크에서는 내전이 격화되고 있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폭격으로 폐허가 된 암담한 풍경이 각종 매체를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인천아시안게임은 OCA 45개 회원국이 모두 참가하는 '퍼펙트 대회'로 치러지고 있다. 이들의 참여 자체가 아시안게임이 지향하는 '평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자국내 분쟁에 이은 미국의 공습 등으로 시련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서도 수영, 육상, 복싱, 사이클 등에 자국 선수 35명(여자 7명)을 아시안게임에 내보냈다. 이번 대회 54명을 파견한 팔레스타인은 축구에서 아시안게임 첫 골과 첫 승점을 챙기며 16강 진출까지 확정한 상황이다.

이들의 승전보는 이스라엘과의 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자국민을 모처럼 웃게 만드는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팔레스타인 선수들은 자국 내 훈련이 어려워지자 다른 국가로 떠나 아시안게임을 준비해 왔다.

팔레스타인 대표로 육상에 출전하는 모하메드(22·ABUKHOUSA Mohammed A A)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분쟁 때문에 올해 초 팔레스타인을 떠나 모리셔스에서 훈련을 받아야 했다"고 밝혔다.

내전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번 대회 62명을 내보낸 이라크는 역도에서 동메달 하나를 챙겼다. 이라크 선수들은 총알과 폭탄을 피해 가며 운동을 해왔다고 한다.

아시안게임 육상 종목에 출전한 이라크 다나 후세인(28·AL KHAFAJI Danah Hussein)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로이터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바그다드에서 훈련하고 있을 때, 한 번은 저격수가 내게 총알을 퍼부었다"며 "그래서 나는 운동장의 반대편에서 훈련했다. 저격수가 있더라도 훈련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국 내 무력분쟁 때문에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스웨덴에서 훈련을 한 이라크 육상선수 아드난 아가르(34·ALMNTFAGE Adnan Taes Agar)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거주하는데, 내 고향에도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바그다드에 있는 것이 무섭다"고 했다.

과거 분쟁을 딛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아프가니스탄 등 국가의 선수들은 평화에 대한 희망을 보게 한다. 과거 파키스탄 페샤와르 난민캠프에서 크리켓을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나비 모하마드(29·Nabi Mohammad)와 굴바딘 나이브(23·HAJI WALI Gulbadin Naib)도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모하마드는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보안상의 문제로 아랍에미리트에서 홈경기를 하고 있는데, 아프가니스탄 자국 내에서 자국팀을 이끄는 것이 목표다"고 했다.

부모가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인 요르단 복싱 대표 알 맛트불리(29·ALMATBOULI Ihab Mahmoud Darweesh)는 "나의 부모님은 모든 고난과 역경을 견뎠다. 하지만 내가 자라면서, 나는 매우 동일한 삶의 현실에 맞닥뜨렸다. 그런 조건에서 자란다는 것은 너무나도 불안전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인천아시안게임의 슬로건은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다. 평화를 주제로 한 45억 아시아인들의 축제는 계속된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