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중동·홍콩·일본선수
가방·옷 수십~수백만원 구매
고급식당서 불고기 외식즐겨
네팔등 저소득국 "물가 비싸"
무료버스투어외엔 숙소에만
광장서 고작 과자·술 '대조'


45개국 아시아인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대조적인 것은 각국의 메달 숫자만이 아니다. 국가별 경제수준에 따라 경기장 밖 선수단의 씀씀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부유한 일부 중동국가 선수단은 백화점 명품쇼핑 등을 즐기는 반면, 네팔 등 소득 수준이 높지 않은 국가의 선수단은 선수촌 밖으로 나갈 엄두도 못 내고 있다.

24일 인천지역 백화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개막 이후 백화점을 찾는 외국 선수단 국적은 중동국가를 포함해 중국, 홍콩, 일본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가방·옷·화장품 등을 구매하면서 적게는 10만원대에서 많게는 500여만원까지 지출하고 있다고 백화점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날 한 백화점의 명품 가방점에는 중국 선수·관계자들이 쇼핑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중국에 있는 가족과 스마트폰 영상통화를 이용해 가방의 종류를 보여주기도 했다. 두 손에 쇼핑백을 가득 들고 있는 이들도 눈에 자주 띄었다.

점심 한 끼에 1만~2만원선인 백화점내 고급 식당에도 중국, 마카오 등의 선수단이 꽉 차 있었다.

고우쳉이(18·여·마카오 싱크로나이즈드) 선수는 "선수촌 음식만 먹다보니 질려 이 곳에 와서 불고기 정식을 먹었다"고 말했다.

반면 선수촌 밖으로 나올 엄두도 못 내는 선수단도 있다.

지난 23일 인천시에서 제공한 무료 버스시티투어에 참가한 판티나(25·여·말레이시아 크리켓 선수)씨는 "그동안 물가가 너무 비싸서 쇼핑은커녕 밖에서 음식을 먹을 생각도 못하고 오로지 선수촌에서만 있었다"고 말했다.

네팔의 트릴로찬(45·선수단 매니저)씨도 "우리 선수들에게 국제대회는 '즐기러' 온다기보다 '먹고 살기 위해' 오는 것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무료 버스시티투어에 참가한 외국인 50여명은 캄보디아, 부탄, 키르기스스탄 등 주로 소득 수준이 낮는 국가 출신이었다. 대회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무료다 보니 평소에 밖으로 나가보지 못했던 선수들이 시간을 내 신청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23일 저녁 찾은 선수촌과 가까운 구월동 로데오 거리에서는 중국·홍콩·마카오 등에서 온 선수단은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워먹고, 네팔 선수단은 야외광장에서 새우깡을 안주로 소주를 나눠 마시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현장에서 만난 알레마가 빔센(39·네팔 선수 매니저)씨는 "시내에서 할 수 있는 건 쇼핑과 먹는 것뿐인데 물가도 비싸고 그렇다고 멀리 나가 관광할 여유도 없다"고 전했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