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끼니도 제때 못챙겨
市 봉사자, 출입증도 못받아
경기장 화장실 못 써 '진땀'

인천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들이 대회 기간 끼니도 제때 챙겨먹지 못하는 등 인천시와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무관심한 행정으로 홀대받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3시 50분께 인천송림체육관(배구경기장)에서 만난 조직위 소속 자원봉사자 A씨는 식사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점심을 먹지 못했다. 조직위에서 끼니당 7천원의 식비를 지원해주지만 경기 준비에 눈코뜰새 없이 바빴던 터라 식당에 갈 시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경기가 있어서 입장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식대보다는 차라리 도시락을 단체로 주문해주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하소연했다.

도원체육관(유도·레슬링)에서 만난 또다른 조직위 소속 자원봉사자 B씨는 방송국 관계자들이 먹다 남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다. 간식으로 나오는 빵도 넉넉하게 나오지 않기 때문에 늦게 가면 챙겨먹지도 못한다는게 B씨의 설명이다.

인천시가 각 군·구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모집한 자원봉사자들은 경기장 내부가 아닌 외부 안내를 맡는다는 이유로 출입증(AD카드)조차 발급받지 못해 경기장 화장실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서러움을 겪고 있었다. 인천시가 조직위에 자원봉사자 AD카드 발급을 요청했지만, "AD카드를 남발할 수 없다"며 칼 같이 거절당했다.

중구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참여한 C씨는 도원체육관(유도·레슬링) 안에 있는 화장실을 눈 앞에 두고도 500여m 떨어진 도원역 화장실까지 가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안내 요원들과 실랑이 끝에 최근 경기장내 화장실 이용은 허락받았지만, C씨는 서러운 마음은 감추지 못했다.

C씨는 "인천을 돕기 위한 마음으로 자원봉사에 나섰지만 시에서 지원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며 "심지어 정수기 전원을 연결할 곳조차 찾지 못해 생수를 사먹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인천을 찾은 외국인들의 입과 귀가 되어주는 통역 자원봉사자들은 조직위의 무책임한 행정에 불만이 많다. 지난 19일 개막식 때는 조직위가 사전 교육을 받지 않는 통역원을 VIP에게 배치했다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통역자원봉사자 D씨는 "개막식이 있던 날 한 조직위 관계자가 호텔 안내판을 들고 있는 통역 자원봉사자를 '피켓걸'이라고 불렀다가 한바탕 난리가 나기도 했다"며 "사전 연습 차원에서 치러진 인천실내무도아시안게임 당시보다 (자원봉사 관련 행정이) 더 못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는 조직위 소속 1만3천명과 인천시 소속 3천200명. 이들은 49개 경기장을 비롯해 인천시내 주요 관광지와 역, 터미널 등에서 안내, 행정, 경기지원, 미디어,환경정리, 통·번역, 의료지원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한다.

조직위 자원봉사팀 관계자는 "도시락은 식중독 우려가 있어 자원봉사자끼리 교대해 가면서 식사를 하도록 지시했다"며 "인천시 소속 자원봉사자는 통제와 무료 관람 등의 문제로 AD카드를 발급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했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