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인천 연수구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 소총 복사 50m 결승전에서 한국의 박봉덕이 경기를 마친 뒤 팬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흔 둘을 바라보는 선수생활 끝물인데 후배들이 잘 해줘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네요"

25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사격 50 소총 복사 개인 결선에서 합계 187.6점을 쏴 동메달을 차지한 노장 박봉덕(41·동해시청)은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얘기하며 멋쩍게 웃었다.

한국 소총의 간판인 박봉덕은 지난 1997년 태극마크를 단 뒤 17년 동안 소총 대표팀에 선발됐다. 이번 인천 대회까지 아시안게임에 4번, 올림픽에 2번 참가한 한국 사격의 산증인인 것이다.

선수 생활을 오래했기 때문에 우여곡절도 컸다. 그는 "20대 초반 상무에서 기록이 잘 나오지 않아서 사격을 그만둘까 생각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몰톤 신경종'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고 있다. 이 병은 발가락 신경이 뼈 사이에서 눌리면서 자극이 돼 두꺼워지는 증상으로 조금만 걸어도 발가락에 저림과 통증이 나타난다. 주로 여성들이 하이힐이나 구두를 오래 신었을 때나 장시간 서있는 일을 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사격화나 전투화를 늘 조여 몸의 균형을 잡고 사격을 해야 하는 사격 선수들에게도 찾아오는 병이다.

그는 "주변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지만 참고 경기에 나서다 보니 치료시기를 놓쳤다"며 "(발가락)신경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도 조금만 걸으면 발이 아프다"고 말했다.

온갖 시련을 극복한 박봉덕이기 때문에 이날 그의 동메달은 더욱 값진 것이다.

선수 생활 거의 마지막이지만 그는 아직 금메달에 대한 꿈을 꾸며 다시 소총을 들고 있다.

박봉덕은 "선수생활을 오래하면서 지도자 생각을 많이 했지만 소총 부문 선수층이 얇기 때문에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없었다"며 "(나를 이기는) 후배가 있다면 당당히 은퇴를 하겠지만 아니라면 소총을 계속 붙잡고 있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운동선수가 금메달 욕심이 없으면 거짓말 아니겠냐"며 "다음 국제대회에 나서게 된다면 꼭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