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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이라크 역도 선수들이 25일 선수촌 월컴센터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취재단 |
선수들 기량 제자리걸음
신예 모하메드 깜짝동메달
"시청 코치·선수 조언 감사"
석유매장량 세계 2위를 자랑하는 중동의 산유국 이라크에서 역도는 축구 다음으로 인기있는 스포츠다.
25일 오후 구월아시아드선수촌에서 만난 이라크 역도팀 선수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선수들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며 "아주 오래 전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도 이라크 사람들은 역도로 힘 자랑하는 것을 즐겼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역도 남자 69㎏급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이라크의 신예 모하메드 카딤(Mohhmed Kadhum Karrar·19) 선수는 역도 집안에서 자랐다. 아버지와 삼촌도 국가대표 선수였다.
남자 77㎏급의 아하메드 파르크(Al Hussein Ahmed Farooq·24) 선수도 걸출한 역사(力士)들을 배출한 도시인 쿠트(Kut) 출신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역도 선수인 소위 '동네 형'들을 따르며 자연스럽게 역도 선수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1974년 테헤란아시안게임에 첫 출전한 이라크의 역대 대회 총 메달 개수 40개 가운데 역도 종목이 가장 많은 15개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 역도 선수들은 오랫동안 세계 무대에 설 수 없었다. 1990년대 걸프전쟁, 2000년대 이라크전쟁, 이어진 내전 등 전쟁의 포화 속에 이라크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20년 동안 아시안게임에 선수단을 파견하지 못했다. 선수들의 기량이 정체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년 지도자 경력의 바샤 쿠딜헤어(Basha Khudhair Abbas·57) 이라크 역도팀 코치는 "국제 대회에 나가 경험을 쌓지 못하는 게 선수 성장의 걸림돌이 돼 왔다"며 "이라크 역도의 암흑기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천시는 '역도 암흑기'인 이라크에 '비전 2014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인천시는 2012년 11월과 올 5월 두 차례에 걸쳐 이라크 역도팀을 인천 전지훈련에 초청했다. 이라크 역도팀은 2012년 전지훈련 당시 훈련 파트너인 인천시청 역도팀에게서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기 위해 문화체험 등 관광 일정을 사양하기도 했다.
그 결과는 신예 모하메드 선수의 깜짝 동메달과 각 선수들의 성적 향상으로 나타났다. 아하메드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9위에 그쳤지만, 개인 최고 성적을 달성해 매우 기뻤다"며 "전지훈련 때 기술적인 조언을 많이 해준 인천시청 역도팀 코치와 선수들 덕분이다"고 했다.
한편 이라크 역도팀은 26일 송도 역도경기장에서 열리는 남자 105㎏급 경기에서 베테랑 모하메드 자심(Al Aifuri Mohammed Jasim·33) 선수를 앞세워 또다시 메달 사냥에 나선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