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부터 드러난 운영미숙 불구
12만 자원봉사자·국경없는 응원
45개국 아시아 화합의장 이끌어

16일간 일정 마치고 내일 폐막


흥분과 환희, 좌절과 격려 속에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16일간의 대장정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45억 아시아인의 소통과 화합 그리고 평화의 대제전으로 치러진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4일 폐막식을 끝으로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의 만남을 기약하게 된다.

돌이켜 보면 개막식은 한류스타에게 조명이 집중되면서 의미가 반감됐다. TV중계팀과의 불통으로 기획취지와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는 개막식 연출팀의 뒤늦은 해명도 비판여론을 잠재우진 못했다.

조직위원회의 미숙하고 부실한 대회 운영은 분명 옥에 티로 남았다. 대회 기간 내내 주경기장을 환히 밝혀야 할 성화가 꺼지고, 경기장 정전으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입장권이 매진됐는데 관중석은 텅 비어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한 종일권 발급 문제 등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의 부실운영은 급기야 외신으로부터 '한국의 전국체전'이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시민 서포터스의 국경 없는 응원과 12만 자원봉사자의 헌신은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도 남았다. 이들이야말로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대회는 예상대로 '한·중·일 대 스포츠 약소국'간 양극화로 치러졌다. 이번 대회에 걸려 있는 439개 금메달의 65% 이상을 스포츠 강대국인 한·중·일 3국이 가져가고, 나머지 42개국이 남은 메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스포츠 약소국의 선수들은 인간승리의 각본을 연일 써냈고, 관중들은 그런 꼴찌에게 아낌없는 격려의 박수를 보냄으로써 한 편의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메달 획득이라는 아시아 스포츠 약소국들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인천시가 2007년부터 진행한 '비전 2014 프로그램'은 스포츠로 하나된 아시아를 향한 디딤돌이 됐다.

스포츠 스타의 세대교체도 인천에서 진행됐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수영장을 호령하던 박태환과 라이벌 중국 쑨양의 양강 구도를 깨고 '하기노 고스케'(20·일본)가 혜성처럼 등장했고, 한국사격의 간판 진종오의 자리는 '고교생 특급 사수' 김청용(17·흥덕고)이 대신했다.

한국에 첫 금빛 낭보를 전한 우슈 이하성(20·수원시청)도 인천아시안게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김정은 체제 이후 베일을 벗은 북한은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역도를 비롯해 축구, 레슬링 등에서 강세를 보였다. 북한응원단의 불참으로 당초 기대했던 흥행몰이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나마 예상을 뛰어넘는 북한 선수들의 실력이 응원단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인종과 문화, 종교, 언어의 장벽을 허문 화합과 평화의 자리였다. 서로에게 갖고 있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트린 계기가 됐고, 스포츠라는 이름 아래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자리였다.

4일 밤 성화는 꺼져도 16일간 인천을 뜨겁게 달궜던 그들의 열정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