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로 영원히 기억될 제17회 인천 아시안게임이 4일 폐막식과 함께 끝을 맺는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아시아인이 하나되는 대회를 추구했다.

특히 얼어붙은 남북관계 속에서도 북한선수단 참가가 성사되면서 45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 모두 출전하는 진정한 아시아인의 축제로 의미를 더했다.

또 시리아, 이라크, 팔레스타인 등 내전이나 전쟁을 겪고 있는 국가들의 참가 자체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지향하는 '평화'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전 세계 열강들의 패권 다툼이 벌어질 때마다 전쟁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됐던 인천이 평화를 주제로 아시아인을 하나로 묶어낸 역사의 현장이 됐다.

그 무대의 주인공인 45개국 참가 선수단이 값진 땀방울로 엮어낸 벅찬 감동과 화제의 순간을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이변-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들

'깜짝 스타의 등장' 등 대회 초반부터 이변이 속출했다.

'각본없는 드라마'란 표현이 딱 맞아 떨어졌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를 호령하던 박태환과 라이벌 중국 쑨양의 양강 구도를 깨고 '하기노 고스케'(20·일본)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남자 수영 자유형 200m 결승에서 박태환과 쑨양을 꺾고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대회 4관왕에 올랐다. 한국 사격은 걸출한 새 영웅을 만났다.

바로 대표팀 막내인 '고교생 특급 사수' 김청용(17·흥덕고)이다. 한국에 첫 금빛 낭보를 전한 우슈 이하성(20·수원시청) 등 아시안게임 첫 무대를 금빛으로 장식한 신예들의 돌풍이 거셌다.

-도전- 박태환, 끝나지 않은 이야기

한국 수영의 간판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이 물살을 가를 때마다 한국 수영사는 새로 쓰였다. 박태환은 안방에서 치러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꿈꿨던 대회 3연속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한국 선수 중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 기록이란 값진 결실을 맺었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총 7개 종목에 출전해 은메달 1개(자유형 100m)와 동메달 5개(자유형 200m·400m, 계영 400m·800m, 혼계영 400m)를 수확하며 대회를 마쳤다. 그의 도전은 계속된다. 박태환은 다음달 28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위해 곧 전지훈련에 나선다.

-미래- 차기 개최지는 인도네시아

아시안게임의 차기 개최지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결정됐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 중 총회를 갖고 제18회 대회를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당초 차기 개최지는 베트남 하노이였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가 지난 4월 재정난을 이유로 2019년 열기로 했던 대회 개최권을 반납하자, 인도네시아가 유치를 희망하고 나섰다.

베트남의 개최권 반납을 계기로 일각에서는 개최국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대회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자칫하면 아시안게임의 명맥이 끊길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깜짝- 잘나가는 북한 톱10 재진입

북한 스포츠가 김정은 체제 이후 베일을 벗었다. 특히 역도, 기계체조, 축구, 레슬링 등에서 강세를 보였다. 북한은 10개 이상의 금메달을 확보함에 따라 2002년 부산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게임 메달 순위 '톱 10' 재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역도 종목에서는 무려 4개의 세계 신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북한은 역도에서 금메달 4개를 포함해 메달 9개를 휩쓰는 기염을 토해냈다. 맹렬한 기세로 우승을 차지한 북한 여자 축구도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화합- 약소국 지원 비전 프로젝트

아시아 스포츠 약소국들의 꿈이 현실로 이어졌다. 인천시는 아시안게임을 유치한 2007년부터 아시아 스포츠 약소국에 대해 인천 전지훈련 초청, 장비 지원, 지도자 파견 등을 골자로 하는 '비전 2014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시아 21개국 선수 97명이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인천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 선수들 상당수는 준결승 진출 등 개인 최고 성적을 올렸고, 일부는 꿈꿔왔던 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투혼- 역경·고난 이겨낸 선수들

고난과 역경을 딛고 아시안게임 무대에 선 외국 선수들의 투혼이 빛났다. 인도 여자 복싱 대표 메리 콤(31·Mary Kom)은 부모의 반대와 사회적 편견에 맞선 선수다. 출산과 담석제거 수술 등으로 2년간 링을 떠났던 그는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발가락 12개로 유명한 육상 여자 7종경기 스와프나 바르만(18·Swapna Barman, 인도)은 가난을 극복하고 인천 땅을 밟은 대표적인 선수다. 한국 선수로는 '오뚝이' 사재혁이 있다. 런던 올림픽에서 끔찍한 부상을 입은 그는 고된 훈련 끝에 당당히 다시 태극마크를 달아 화제가 됐다.

/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