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은 클래식이고 국악은 국악이다'라는 편견을 버리고 하나의 음악으로, 음악에 담긴 뜻을 생각하며 들어주시면 좋겠어요."

거문고, 가야금, 대금, 소금 등 수많은 국악기로 가득한 연습실에 손때 묻은 갈색 바이올린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27·사진)의 바이올린이다.

그녀는 17~18일 경기도립국악단과 한 무대에 선다.

경기도립국악단의 브랜드 공연 '화 (和)Ⅵ-환상, 그울림'의 마지막 곡인 '이별가'를 연주한다.

10년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조기 입학한 신씨는 벨기에의 엘리자베스 퀸 콩쿠르 3위에 입상하며 바이올린계의 신예로 등장했다. 이후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수많은 교향악단과 협연했지만 국악단과의 협연은 처음이다.

그래서 처음 협주를 제의받았을 때는 망설였다. "국악과 서양악이 함께 협연한다는 건 굉장히 난해한 일이에요. 국악의 리듬은 서양악과 다르고 리듬 자체가 굉장히 생소하고요. 게다가 '이별가'는 초연이라 더 어려웠죠."

'동·서양악의 어울림'이라는 콘셉트에 끌려 제의를 받아들였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서양음악에만 익숙한 터라 동양의 소리가 난해하고도 무겁게 느껴졌다. "첫 리허설때 정말 어려웠어요. 국악에 있는 리듬인 '굿거리장단'은 서양 클래식 음악에는 거의 나오지 않거든요. 소리나 표현에 있어서 국악과 서양악은 전혀 달라요. 국악소리를 맞춰가는데 신경쓰기 바빴죠."

하지만 거듭된 연습은 결국 해답을 찾아주었다. 신씨는 국악과의 교감을 이뤄냈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이별의 정한을 담은 '이별가'를 연주할 수 있게 됐다.

'이별가'를 연주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은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세월호 참사'다.

"작곡가 선생님에게 직접 곡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곡에 담긴 내용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사람의 이야기,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의 이야기죠. 설명을 듣고 국악과 서양악이 아닌 하나의 뜻을 담은 곡을 연주할 수 있었어요."

세월호 분향소를 직접 다녀오면서까지 작품을 이해하려는 그녀의 노력이 연습중에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신씨는 국악과의 첫 만남이 썩 마음에 든 모양이다. "또 한번 국악과 함께 협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관객들에게도 "국악과 서양악을 가르는 편견을 버리고 음악에 담긴 뜻을 찾아 들어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다.

/유은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