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근(1958~2006)은 인천에서 활동한 우리나라 대표 노동시인이다. 그는 펜을 처음 잡았을 때부터 마지막 놓을 때까지 문학을 통해 억압된 민중과 노동자의 해방을 꿈꿨다.

그는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노동이란 굶주림의 추억으로부터, 사슬의 두려움으로부터 일어나 '사람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동자는 '이 땅의 주인'이라고 했다.

박영근이 인천에서 시를 쓴 것은 숙명에 가깝다.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 인천은 공장이 많아 전국의 노동자들이 몰려든 곳이다. 노동자들의 투쟁도 당연히 인천을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됐다.

지난 9월 27일 오후 인천 부평 신트리공원에서 안치환의 노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지막히 울려퍼졌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이 노래의 원작자를 기리기 위해 인천의 노동계, 문화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는 박영근이 1983년 발표한 '백제(百濟)6'의 시구를 고쳐 만든 노래다.

박영근 기념사업회는 이날 그의 시비가 세워진 곳에서 창립식을 갖고 전집 제작, 문학관 건립 등 각종 추모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동자의 도시 인천이 박영근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그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했고, 견제 없이 견고해지는 자본주의사회에 일침을 가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바탕이 된 박영근의 원작은 이렇다.

부르네 물억새 마다 엉키던/아우의 피들 무심히 씻겨간/빈 나루터, 물이 풀려도/찢어진 무명베 곁에서 봄은 멀고/기다림은 철없이 꽃으로나 피는지/주저앉아 우는 누이들/옷고름 풀고 이름을 부르네//솔아 솔아 푸른 솔아/샛바람에 떨지 마라/어널널 상사뒤/어여뒤어 상사뒤 …(중략)… 만나겠네. 엉겅퀴 몹쓸 땅에/살아서 가다가 가다가/허기 들면 솔닢 씹다가/쌓이는 들잠 죽창으로 찌르다가/네가 묶인 곳, 아우야/창살 아래 또 한 세상이 묶여도/가겠네, 다시/만나겠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