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리스트인 '한국 복싱의 간판' 신종훈(25·인천시청)이 별안간 권투 글러브를 벗어야 할 지도 모르는 어이없는 상황에 처했다.

30일 인천시청 복싱부 등에 따르면 국제복싱협회(AIBA)는 지난 2012년 4월 신종훈에게 APB 해당 체급에서 랭킹 6위 안에 들면 올림픽 출전권을 주기로 약속, 프로복싱(이하 APB) 계약을 체결했다. 대한복싱협회는 신종훈이 APB에서 얻는 수익의 30%를 받기로 했다.

이 계약에 따라 신종훈은 랭킹 결정을 위해 2012~2013, 2013~2014 시즌을 뛰어야 했다. 하지만 기존의 프로복싱 국제단체인 WBC, WBA와 갈등을 빚던 국제복싱협회는 결국 APB 경기를 열지 못했다.

국제복싱협회-신종훈-대한복싱협회는 지난 4월 인천의 모처에서 재계약하기로 했으나 국제복싱협회 측의 불참으로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국제복싱협회는 인천 아시안게임 복싱 국가대표로 선발된 신종훈이 5월 전지훈련을 위해 건너간 독일로 찾아왔다. 신종훈은 "영문으로 된 문서에 서명을 요구해 당황했다"며 "국제복싱협회 한국인 직원을 전화로 연결해 줬는데 '마음이 바뀌면 무효화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신종훈에게 국제복싱협회는 11월1일 중국에서 열리는 2014~2015 시즌 APB 사전 랭킹전에 출전할 것을 통보했다. 신종훈이 독일에서 서명한 문서가 재계약서라는 주장이었다.

신종훈은 최초 계약 조건과 달리 올림픽 출전권 자격을 APB 랭킹 6위까지에서 2위까지로 변경한다는 통보에 더욱 당황했다. 게다가 APB 경기를 1년에 5~6회 뛰는 대가로 고작 1천만원(각 경기당 180만원)의 연봉을 받는 조건이었다.

신종훈은 굳이 프로 무대에 갈 이유가 없어졌다고 판단, 제주도 전국체전에 출전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국제복싱협회는 계약 위반이라며 전국체전에 나갈 경우 신종훈과 대한복싱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 신종훈의 선수 자격을 정지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신종훈은 "독일에서 서명한 문서가 정식 계약서라면, 당연히 내 손에도 계약서 한 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한복싱협회는 신종훈에게 전국체전 불참을 권유하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신종훈의 전국체전 경기는 APB 사전 랭킹전과 같은 날(11월1일)에 열린다.

제주/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