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이번 겨울철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재개하기로 30일(현지시간) 최종 합의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유럽연합(EU) 3자 대표는 29일부터 이틀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마라톤협상을 벌인 끝에 내년 3월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한시적 가스공급 재개와 유럽으로의 안정적 가스공급 등에 관한 의정서에 서명했다고 이타르타스,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에 지고 있는 53억 달러(러시아 측 주장)의 체불 가스대금 가운데 31억 달러를 올해 말까지 갚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와 주변 EU 국가들은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으로 겨울철 에너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유럽 시민들이 겨울에 춥게 지내지 않아도 된다"고 안도감을 표시했다.

귄터 외팅어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두 이웃국가(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관계가 완화됐다는 희미한 첫 전조"라고 평가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날 합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지난해 11월, 12월 공급분 체불 가스대금 14억5천만 달러를 갚는 등 올해 말까지 모두 31억 달러의 체불 대금을 러시아에 지불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체불 대금 1차분을 입금하는 즉시 가스공급을 재개하기로 약속했다.

우크라이나는 동시에 내년 3월까지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을 40억 세제곱미터(㎥)의 가스대금으로 15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올해 4분기에는 1천㎥당 378달러, 내년 1분기에는 365달러로 계산한 금액이다. 이는 현 국제 시세에 합당한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국제통화기금(IMF) 차관, EU 지원금, 국영가스기업 '나포토가스' 수입 등으로 모두 46억 달러에 이르는 지불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요구해온 53억 달러의 체불 대금 가운데 이번에 합의한 31억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22억 달러는 양측이 스톡홀름 국제중재재판소에 각각 제기한 소송 판결이 내려지는 대로 다시 협상하기로 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협상 타결을 환영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도 협상 결과에 환영을 표했다"며 "EU가 미국이나 주요 7개국(G7), IMF 등과 함께 협상 내용을 시행하기 위해 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러시아는 크림 병합 등으로 갈등을 겪던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지난 4월부터 가스 공급가를 80% 이상 인상했다. 그 전까지 1천㎥당 268달러였던 것을 485달러로 올렸다. 뒤이어 6월에는 가스대금 체불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공급을 중단하고 미리 낸 대금에 해당하는 양만큼의 가스만 공급하는 선불 공급제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가 체불 대금 지불을 계속 거부함으로써 지금까지 가스공급 중단사태가 이어져 왔다. 양측 간 분쟁이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져 왔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분쟁은 지난 18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나 겨울철 가스공급 재개에 잠정 합의함으로써 출구를 찾았다.

그 뒤 세부사항 조율을 위해 EU의 중재로 3자 협의가 이어졌지만 러시아 측이 우크라이나가 체불 가스대금을 지급하거나 EU가 이를 지급보증하지 않으면 공급 재개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조율이 난항을 겪어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