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과 납치 등의 범죄를 스스럼없이 행하는 멕시코 마약갱단의 흉포함이 또 한 번 악명을 떨쳤다.

멕시코 연방검찰은 지난 9월말 멕시코 게레로주 이괄라시에서 시위를 벌이다 실종된 지역 교육대 소속 학생 43명은 갱단 조직원들에 끌려가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특히 지역 경찰과 유착관계인 이들 갱단은 학생들을 경찰로부터 넘겨받아 쓰레기매립장에서 무차별 사살한 뒤 시신을 밤새도록 불에 태워 유해를 강물에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갱단은 경쟁 조직원들을 살해해 신원 확인을 할 수 없도록 시신을 불에 태워 땅속에 파묻거나 강물 등에 던지는 수법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적용했다.

시신을 300℃가 넘는 열로 일정 시간 가열하면 뼛속의 콜라겐이 손상돼 유전자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학생은 급진 좌파 성향으로 반정부 운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긴 했으나 자신들과 이해관계가 없는데도 죄의식 없이 끔찍한 범죄를 자행한 마약갱단의 잔혹성이 몸서리를 치게 한다.

이번 사건은 마약 밀매의 이권을 둘러싸고 세력 경쟁을 펼치는 마약조직 간 충돌 과정에서 벌어진 것이 아니어서 멕시코 나라 안팎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학생들은 시골 교사의 임용 차별에 대한 철폐를 주장하고 활동 기금을 모집하기 위해 이괄라 시내에 집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경찰과 갱단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게 된 계기는 '행정관리-경찰-갱단'이 부패 고리를 형성한 지역의 치안 부재 현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괄라 시장이 부인과 함께한 파티에 참석했다가 부인이 하는 연설에 방해될까 봐 경찰에 학생들을 진압하라고 지시했고, 경찰은 갱단과 함께 이들을 끌고 가 살해한 정황이 검찰조사 결과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의 경찰과 행정 관리, 갱단 조직원 등 70여 명이 체포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치안이 좋지 못한 멕시코 일부 지방에서 토착 갱단이 관리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멕시코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에 속하는 서부 미초아칸주의 일부 주민들은 올해 초 마약갱단의 납치와 착취 등의 횡포를 못 이겨 스스로 무장하고 자경단을 결성, 갱단과 대결을 펼쳤다.

연방정부가 치안군을 파견한뒤 무장을 해제하라고 요구했으나 "지역 관리들을 믿을 수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하자 정부는 결국 이들을 향토경찰로 공인해야 했다.

갱단에 매수되거나 협박을 당해 유착관계를 형성한 지역 관리는 별 탈 없이 지내다가 연방검찰의 감찰에 걸려 투옥되고, 갱단과 타협을 거부하면 무차별 살해되는 사건이 멕시코에서는 자주 일어난다.

펠리페 칼데론 전 정부는 '마약범죄와의 전쟁'을 펼쳤지만 7만여 명의 희생자만 낳고 정책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현 대통령 정부도 마약범죄 관련 주요 수배인물 122명 가운데 80여 명을 검거하거나 사살했다.

그러나 마약조직은 이합집산의 형태로 생존의 길을 찾고 있고 한 조직의 두목이 검거되면 바통을 또 다른 후계자가 물려받아 이끌어가는 것이 실상이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