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문학은 노동자를 다룬 문학이 아니라 노동자가 만든 문학이다. 노동자가 직접 겪은 희로애락의 이야기는 특별한 수사(修辭)가 없어도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1978년 동일방직 해직노동자들이 만든 희곡 '동일방직 문제를 해결하라'가 꼭 그렇다. 부당 해고와 그에 맞서는 농성을 하면서 여공들이 직접 했던 말, 들었던 말, 속으로 했던 말을 한데 모았더니 하나의 연극 대본이 완성됐다.

아무리 외쳐도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는 연극이 되어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희곡의 배경이 된 동일방직은 인천 노동자 문학의 시작을 알린 곳이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 1930년대 근대 노동 문제를 다룬 강경애의 '인간문제'는 동일방직의 전신 도요오(東洋)방적이 배경이었다.

인천을 대표하는 노동시인 박영근도 인천 만석동 도시산업선교회에서 동일방직 여공들과 만나면서 노동자 문학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대본을 직접 쓰고 연극 무대에 오르기까지 했던 동일방직 해직 여성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산문과 시로 엮어 책을 내기도 했다. 해직노동자 석정남이 쓴 수기 '공장의 불빛'(1984·일월서각)과 정명자 시집 '동지여 가슴을 맞대고'(1985·풀빛)는 당시 대표적인 노동자 문학으로 신문에 소개될 정도였다.

이후 인천 노동자 문학의 계보는 '쇳물처럼'(1986)의 정화진, '새벽출정'(1989)의 방현석 등으로 이어졌다.

'동일방직 문제를 해결하라' 대본은 '동일방직 노동조합 운동사'에 일부 실린 것을 1992년 민족극연구회가 기관지 '민족극과 예술운동' 창간호에 전문을 소개하면서 재조명됐다.

창간호는 지금 구하기 어렵지만, 민족극 연구자 이영미가 2011년 펴낸 '구술로 만나는 마당극' 제 1권에 대본 전문이 수록됐고, 해설도 곁들여져 있다.

30여 년 전 연극은 사실 대본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엉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대 위의 여공과 객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동일방직 문제를 해결하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문학의 개념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여공들이 관객의 마음을 훔친 이유는 관객이 공감하는 '내 이야기'를 들려줬기 때문이리라.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