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촬영도중 할아버지 건강 악화 가슴 아픈 이별까지 그대로
여섯 자녀 함께 출연… 부양문제·잊혀져가는 가족애 새겨
감독 : 진모영
출연배우 : 조병만, 강계열
개봉일 : 11월 27일
86분/전체관람가/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는 음모나 배신, 침략과 살해 같은 역동적인 스토리가 없다. 오지나 우주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오직 평범한 인생을 지탱한 참사랑이 있다. 이에 관객은 격렬히 감동하고 긴 여운에 빠져든다.
결혼생활 76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서로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노부부의 실제모습을 1년 4개월간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에 출연한 조병만·강계열 부부는 KBS1 '인간극장' 등 지상파 방송 다큐 프로그램에서 금실 좋은 노부부로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됐다.
스크린에 비친 100세를 앞둔 부부의 모습은 '금실이 좋다'라는 말보다는 '아직도 풋사랑 중'이라는 말이 어울린다.
98세의 조병만 할아버지는 89세의 강계열 할머니에게 시도 때도 없이 장난을 친다. 낙엽을 모아 할머니에게 던지고, 냇가에서 빨래를 하는 할머니 앞에 돌을 던져 물을 튕기기도 하고, 눈이 내리면 함께 눈사람을 만드는 등 어린 아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또 노부부는 젊은 연인들처럼 항상 색 고운 커플 한복을 맞춰 입고 서로의 손을 꼭 붙잡은 채 길을 나선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조병만 할아버지는 노쇠해져 간다. 웃음이 넘치던 노부부의 일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죽음의 그림자만 드리워진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메마른 뺨을 어루만지며 "석 달만 더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함께 갈 수 있게"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관객들의 눈가가 촉촉해진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단순히 노부부의 사랑만을 담고 있지 않다. 노부부의 여섯 자녀를 등장시켜 가족공동체가 겪고 있는 부양문제와 잊혀가는 가족애를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가족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는 지난 9월에 열린 DMZ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상을 수상했다. 아울러 산타바버라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초청받기도 했다.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을 담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오는 27일 전국 영화관에서 개봉한다.
/유은총기자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