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기 달래주던 고구마… 귀하신 몸
월동준비 간식·보양식품으로 시작
연말연시에 흔히 나누는 인사말의 계보를 살펴보자면, 가장 최근까지 유행한 인사말은 '대박나세요'다. 이 말은 2008년 무한도전 '떡국 특집'에서 유래했다. 무한도전 멤버인 하하의 어머니 김옥정 여사는 멤버들의 갑작스런 방문에 융드레스와 진주목걸이로 예를 갖추고 반갑게 맞이했다.
멤버들에게 떡국을 대접한 김 여사는 멤버들과 시청자들에게 애교 듬뿍 담긴 목소리로 '대박나세요'라고 인사했다. 이 말은 전파를 타자마자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새해건 휴가철이건 시기에 상관없이 너도나도 대박을 기원했다. '대박나세요' 라는 인사를 듣도보도 못했다는 대한민국 국민이 과연 있을까싶을 정도다.
'대박나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박을 친 또 하나의 새해인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부자되세요'다.
이 말은 2001년 B○카드사 신년광고 카피다. 새 하얀 눈밭에서 빨간 벙어리 장갑을 낀 배우 김정은이 발랄하디 발랄하게 외친다 '여러부운~ 모두, 부우~~~자되세요.' 이 인사말은 무미건조하게 말하기가 더 힘들다는 특징이 있다.
김정은 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리듬을 넣어줘야 건네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덜 민망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계보를 따져봄에 있어 겨울인사계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감기조심하세요~'다. 먼 옛날 '판○린 에프'라는 감기약 광고에는 눈이 주먹만한 인형이 등장했다.
성우가 약의 효능과 복용 방법 안내를 마치면 그 인형이 코에 잔뜩 힘을 주고 외쳤다. '감기조심하세요'. 약을 팔면서도 감기를 조심하라는 이 말은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보면 상당히 살신성인적이다.
내가 약을 못 팔아 굶어죽을지언정 당신의 건강을 염려하던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광고일 것만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직도 그 말을 기억하고, 자주 사용하나보다.
감기조심하라는 말을 타고 전해지는 따뜻함은 빙하기가 와도 유효할 것 같다. 역시,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다.
다시 겨울 문턱에 서게 됐다. 식물이건 동물이건 사람이건 월동 준비로 분주하다. 겨울의 문이 활짝 열리기 전에 우리는 김장을 클리어하고 단열 뽁뽁이 시공을 완수해야한다. 여유가 된다면 핫팩으로 서랍을 채우거나 큰 맘 먹고 파카 한 벌을 장만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역시 건강과 직결되는 것은 음식이다.
추운 겨울 나기에 앞서 서로의 안위를 걱정하며 건네는 인사말이 변하는 동안 , 월동준비 양식도 달라졌다.
배추로 담을 쌓고 고춧가루로 피바다를 형성하며 집집마다 품앗이로 김장을 담는 모습은 이제 보기 어렵다.
찹쌀떡과 메밀묵 팔던 아저씨들은 전설속으로 사라졌고, 만만한 겨울 간식이던 군고구마는 귀하신 몸이 됐다. 할머니가 벽장에 숨겨뒀다 손자에게만 몰래 쥐어주던 편애의 상징 곶감은 감말랭이가 대신한다.
겨울 음식이 변하고 있다. 저장음식 김치부터 긴긴 겨울밤 외로움과 허기를 달래주던 간식, 찬바람에 축난 몸을 보해주는 보양식품까지, 겨울철 월동 양식을 소개한다.
/민정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