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훈선수 금메달 가장 기억에 남아
"감원 피하려 우리선수 둘 타 시·도 보내
지역선수 모두에 많은 관심 가져주길"
"복싱, 많이 사랑해 주세요."
인천 복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한국 복싱의 간판' 신종훈(25·인천시청)이 한국에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기는가 하면,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95회 전국체육대회에선 인천 복싱이 종목 종합 우승을 일궈내기도 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올해 초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편파 판정 의혹을 제기하며 링을 점거했던 인천시복싱협회 소속 코치에게 제명이란 중징계가 떨어졌고, 신종훈은 프로복싱 진출 계약 문제로 국제복싱협회(AIBA)와 갈등을 빚었다.
3일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김원찬(48·사진) 인천시청 복싱팀 감독(인천시복싱협회 전무이사)의 소회를 들어봤다.
"잊지 못할 한 해였죠. 온탕과 냉탕을 끊임없이 오갔던 것 같아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인천 복싱의 위상이 한 계단 더 올라간 것 같아 뿌듯합니다."
김 감독은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신종훈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을 꼽았다. 그는 "국내 최강인 종훈이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등 힘겨운 과정을 거치고 그 자리까지 올라간 것이다"며 "부상을 겪고도 끝까지 투혼을 발휘한 종훈이가 정말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준비 과정에서 인천시복싱협회는 예산 절감 노력으로 체육계 안팎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링과 글러브 등 각종 장비를 구매하지 않고 업체로부터 후원을 받거나 대여를 한 결과 소요 예산을 약 3억원에서 2천만~3천만원으로 확 줄일 수 있었다.
김 감독이 백방으로 뛴 덕분이었다. "다 인천 시민이 낸 세금이잖아요. 되도록 아껴서 대회를 잘 치르는 것이 체육인들의 역할이 아니겠습니까. 그보다 국군체육부대 장병 등 현장에서 묵묵히 일한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가 컸습니다."
인천 복싱은 지난달 막을 내린 전국체전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4번째 우승이다. 하지만 복싱 종목도 인천시 재정난에 따른 선수 구조조정 칼바람을 비켜갈 수 없었다. 가뜩이나 상무에서 전역하는 인천 연고 선수가 5명이나 되는 상황이었다.
다들 이번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따낸 주역이었지만 자칫 오갈데 없는 처지가 될 수도 있었다. "다행히 선수 감원은 피할 수 있었어요. 상무 입대와 은퇴, 그리고 지도자의 길을 가는 선수가 3명이 있어 그 인원까지는 받아줄 수 있었죠." 김 감독은 선수 5명 전원을 구제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다.
기량이 가장 뛰어난 2명을 타 시도 복싱팀에서 뛰도록 다리를 놔주고 나머지 3명을 끌어안은 것이다. 김 감독은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 게 부모 마음 아니겠느냐"며 "인천에서 복싱 선수로 자란 우리 아이들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임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