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장 한장 태울 때마다 우리의 따뜻한 정도 함께 피어오르길 바랍니다."

지난 6일 오전 10시, 의정부시 고산동 옛 미군기지촌 '뺏벌'에 까만 연탄을 실은 트럭이 도착하자 평소 고요하던 동네가 시끌벅적 생기가 감돌았다.

트럭이 당도한 곳에는 의정부동부새마을금고(이사장·윤석송)에서 나온 임직원 25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영하 11도, 올 겨울 가장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 없이 하얀 입김을 모락모락 내뿜으며 연탄을 수레에 옮겨 싣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곳은 1970~80년대 '밤이 없는 동네', '달러 창고'라 불릴 만큼 한때 번창했던 기지촌이었지만 현재는 당시 이곳서 일했던 기지촌 할머니와 최근 새로운 동네주민으로 자리잡은 외국인근로자 등이 모여 살고 있다. 대부분의 가옥이 1970년대말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연탄이 유일한 난방연료다.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은 자동차 한 대 빠져나가기 힘든 좁고 꼬불꼬불 비탈진 골목을 연탄수레를 밀고 오르느라 영하의 날씨에도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이곳은 이처럼 연탄 배달이 어려워 겨울날 연탄을 한번에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영세민들은 연탄비 부담에 겨우살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창고에 그득 쌓인 연탄을 보자 주인 할머니도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연거푸 "고마워요, 고마워요"라는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날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이 나른 연탄은 3천여장, 이곳 10여 가구에 이들의 온정이 전해져 훈훈한 겨울을 보내게 됐다.

윤 이사장은 "과거 영화를 잃고 빈민촌으로 전락한 이곳에서 힘들고 외롭게 살아가는 홀몸노인과 소외 이웃들이 조그마한 정성으로 올 겨울 따뜻하게 보낼 수 있게 돼 오히려 감사한 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정부/최재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