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인천의 노동판은 이른바 '서사의 시대'였다. 그만큼 이야깃거리도 많고 할 말도 많았던 시기였다. 인천의 노동현실을 고발한 문학작품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그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인천 주안5공단 세창물산 여공들의 투쟁이야기를 담은 방현석(53·본명 방재석)의 소설 '새벽출정'(1989)이다. 앞서 유동우, 석정남의 노동수기가 본격적인 노동자문학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 '새벽출정'은 노동자문학을 하나의 장르로 안착시킨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인천도시인문학센터장은 "새벽출정은 스스로 꿈을 꾸기 시작한 노동자들의 의식변화를 감동적인 서사로 제시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며 "방현석은 소설가로서 입지를 다진 뒤에도 꾸준히 노동 관련 소설을 발표했고, 노동자문학을 개척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방현석은 1985년 중앙대 문창과 재학 도중 집시법 위반으로 경찰에 잡혀들어 갔다가 유치장에서 해태제과 여공들을 만났다. 여기서 노동자들이 무권리·저임금의 상황에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무작정 인천으로 떠나 공장에 취업했다.
학생 신분임을 드러내지 않고 인천 노동현장에서 뒹굴기를 몇 해, 방현석은 전공을 살려 세창물산 여공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썼다.
그는 "'정의'라는 언어가 능멸당하는 1980년대 군사정권 시절 언어를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이 항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 자괴감을 느꼈다"며 "그렇다면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를 고민했고 노동자의 투쟁은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방현석은 1994년 인천을 떠나 모교인 중앙대 앞에서 잠시 서점을 운영했고, 2004년부터는 중앙대 문창과 교수로서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1991년 신동엽창작상, 2003년 오영수문학상, 2003년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여전히 인천을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하고 있다. 방현석은 "소설은 경험과 철학이 동반됐을 때 비로소 훌륭한 작품이 된다"며 "이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인천 생활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김민재기자
[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감동적 서사… 노동문학 자리매김
입력 2014-12-1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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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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