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복 제작기관 '상의원' 소재
비·빈암투에 휘말린 옷의 장인과
저잣거리 천재디자이너의 '승부'
아름다운 궁중의상 향연 볼거리


감독: 이원석
출연자: 한석규, 고수, 유연석, 박신혜
개봉일 12월 24일
드라마, 15세 관람가, 127분

"옷에는 예의와 법도 그리고 계급이 있어야 하는 것일세." "사람이라면 늘 편안하고 예쁜 옷을 입고 싶어하는 것 아닙니까?"

어침장 돌석(한석규 분)과 저잣거리 천재 디자이너 공진이 옷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로 부딪치는 장면이다.

상의원은 조선판 '아마데우스'로 조선시대 궁중의복 제작기관 '상의원'에서 왕의 옷을 30년간 만들어온 어침장 돌석과 저잣거리 천재 디자이너 공진의 자존심을 건 승부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왕비의 시종들이 실수로 훼손한 왕의 의복을 수리하기 위해 공진을 궁에 들이면서 시작된다. 역대 선왕들의 의복을 만들어 온 돌석은 공진을 하찮게 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궁궐 나인부터 왕에 이르기까지 공진의 옷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어침장 돌석은 자신의 위치가 위태로워졌음을 느낀다.

그의 불안은 공진을 향한 질투와 시기로 커져간다. 반대로 공진은 돌석을 보며 그의 진정이 담긴 장인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심을 갖게 된다.

영화는 단순한 장인과 천재의 대결에 머물지 않는다. 형의 뒤를 이어 권좌에 앉은 젊은 왕(유연석 분)과 왕비(박신혜 분)를 등장시켜 구중궁궐에서 벌어지는 권모술수와 암투를 함께 그려내고 있다. 무수리의 자식으로 태어난 왕은 적통이 아니기에 항상 '적자 콤플렉스'를 안고 산다.

왕비는 이런 왕을 동정하지만 정작 아내로서 왕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다. 당파의 거두인 영의정은 왕과 왕비의 소홀한 부부관계를 이용해 병조판서의 딸인 소의(이유비 분)를 궁에 들일 것을 왕에게 제안한다. 왕은 소의를 후궁으로 들인다. 왕비는 왕의 사랑을 얻고자 공진의 손을 빌려 자신을 아름답게 꾸민다.

반대로 후궁 소의도 왕의 사랑을 독차지하고자 어침장 돌석의 손을 빌린다. 결국 구중궁궐 비·빈들의 싸움에 휘말린 두 사람은 청나라 사신들을 환영하는 진연에서 뜨거운 승부를 펼친다. 진연은 왕비와 소의, 공진과 돌석 중 한 명이 왕의 선택을 받는 경연장으로 변모한다.

영화는 두 인물의 날 선 갈등을 주축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군데 군데 담백한 재미를 숨겨놓았다. 영화를 제작한 이원석 감독 특유의 재미난 상상력과 함께 돌석과 공진을 라이벌이자 서로 아끼는 애증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아울러 영화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많은 종류의 궁중의상과 휘황찬란한 비단의 색감은 그 자체가 볼거리다. '상의원' 제작에 사용된 비단만 2천500마(1마=91.44㎝)에 달하고 천 여벌 이상의 화려한 궁중의상이 소품으로 사용됐다.

조연들의 역할도 기대 이상. 상의원 제조와 부제조 역을 맡은 배우 배성우와 마동석은 익살스러운 연기로 영화의 중량감을 적절하게 조절해 관객들의 편안한 관람을 도왔다.

'조선궁중의상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와 함께 조선판 '살리에르'와 '모차르트'를 보여주는 '상의원', 오는 24일 개봉한다.

/유은총기자
사진/(주)와우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