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 여당 압승에 따라 한일·중일 관계의 경색국면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앞으로 역사인식 및 안보, 개헌 등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우파 색깔'을 드러낼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 여당 압승으로 아베는 이른바 '전후체제(2차대전 패전 이후 연합국 점령기에 형성된 평화헌법 체제) 탈피'로 불리는 자신의 보수 어젠다를 추진할 동력을 확보했다.
내년 정기국회에서 진행할 집단 자위권 관련 법률 정비, 종전 70주년(2015년 8월15일)을 맞아 발표할 이른바 '아베 담화', 평화헌법 개정 등을 자신이 구상하는 방향대로 추진할 힘을 갖게 된 셈이다.
특히 사실상의 아베 정권(2012년 12월26일 출범) 3년차인 2015년은 2차대전 종전 및 광복 70주년이라는 점에서 아베 정권의 행보는 한일·중일관계에서 상당한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담화'를 통해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에 담긴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 및 사죄 입장을 계승할지, 군위안부 문제에서 계속 강제연행을 부정하는 태도를 견지할지 등은 한일, 중일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우선 아베 총리의 핵심 측근으로, '고노담화 무력화'를 주장해온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총재 특보 등 정권내 강경 우파들의 입김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점은 불길한 전망에 힘을 싣는다.
외교보다는 압도적 지지를 준 보수층을 만족하게 하는 정치를 주문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정권 운용에서 여유를 갖게 된 만큼 무리하게 주변국을 자극하기보다는 한일, 중일 관계를 관리해가면서 자신의 어젠다를 추진하는 '전략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편,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노란불이 켜진 아베노믹스의 행로도 한일,중일관계의 변수로 거론된다.
지난 4월, 소비세율 1차 인상(5→8%) 이후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함으로써 내각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아베는 장기집권의 다음 관문인 9월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보수층 결집을 위해 야스쿠니 참배, 아베 담화 등과 관련한 무리수를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은 선거의 결과로 출범할 제3기 아베 내각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면서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담 및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등의 외교 일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 정부가 연내 개최에 의욕을 보였던 한중일 3국 외교장관 회담에 대해서도 '선거 이후 아베 총리의 대응을 살펴볼 것'이라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