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독일광부파견·베트남전쟁…
근현대사 고스란히 스크린 옮겨
가족애·묵묵한 희생에 가슴 먹먹
단짝친구 오달수 등장 '깨알 재미'

감독: 윤제균
출연: 황정민,김윤진,오달수
개봉일: 12월 17일
드라마/12세 관람가/126분

"아부지 내 약속 잘 지켰지예,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근데 진짜 힘들었어예."

70대 노인이 된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가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아버지(정진영 분)와 했던, 가족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영화는 대한민국의 격동기인 1950~80년대를 살아온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란 온 주인공 덕수는 전쟁 통에 헤어진 아버지를 대신해 고모가 운영하는 부산 국제시장 수입 잡화점 '꽃분이네'에서 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간다.

덕수는 남동생의 대학교 등록금을 벌기 위해 독일에 광부로 떠나고, 그 곳에서 간호사로 파견온 영자(김윤진 분)를 만난다. 둘은 함께 고국으로 돌아오지만 덕수는 또다시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한다.

남동생의 대학등록금에서 막내의 결혼자금에 이르기까지 모두 덕수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 그는 해양대학교에 합격해 오랫동안 꿈꿔왔던 선장의 꿈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가족을 위해 대학교 입학을 포기한다.

자신을 위해 이기적인 행동을 할 수 있지만 덕수는 자식들이 아닌 자신이 이 일을 겪게 돼 다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런 그의 모습은 가족을 위해 헌신해 온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이라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영화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자신의 아버지 성함인 '윤덕수'를 따 주인공의 이름을 붙였고, 자신의 아버지를 모티브로 영화를 제작했다고 관객들에게 고백했다.

'국제시장'은 6·25전쟁, 독일 광부·간호사 파견, 베트남 전쟁, 이산가족 상봉 등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스크린에 옮겨 담았다. 냉혹한 현실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묵묵히 버티는 인물들의 삶에 객석은 숙연해진다.

덕수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은 청장년 덕수와 70대 노인 덕수로 열연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그는 덕수라는 인물을 완벽히 소화하며 관객들이 영화시작에서 엔딩 크레딧이 오르는 순간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언론 시사회장에서 배우 황정민은 "70대 몸의 움직임, 자세, 생각 등이 정확하게 습득돼야 앞의 세대를 관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는 젊은 관객은 영화를 통해 부모세대의 가족구성원의 삶을 보고, 부모세대 관객은 지나온 시절을 되돌아보며 그 시절 가족애를 회상하게 된다.

'국제시장'은 자칫 무거운 영화로 비칠 수 있지만 덕수의 단짝 달구(오달수 분)와 막내동생 끝순(김슬기 분)등이 등장해 관객들에게 깨알재미를 선사한다. 아울러 주인공 덕수의 인생을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천만관객을 돌파한 '해운대'를 연출한 윤제균 감독이 5년 만에 메가폰을 잡고 제작에 나섰다. 아울러 충무로의 명품배우인 황정민, 김윤진, 장영란, 라미란 등이 한 식구로 출연한다. '국제시장'은 지난 17일 전국 영화관에서 개봉했다.

/유은총기자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