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현장수습 로봇 연구 치열
美 내년 6월 DRC 결선서 경쟁
모셥캡쳐 기술로 제어 강점
인간 명령대로 동작 가능해
내년부터 구조 미션 테스트
'재난 현장에 인간을 대신할 로봇이 있다면…'.
온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 구조 현장은 '골든타임 실종'으로 구조의 시기를 놓쳤고, 강한 조류 등으로 실종자 수색에도 애를 먹었다. 수색에 나선 잠수사의 희생도 있었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역시, 방사능 피폭 위험을 감수하며 사고 수습을 위해 기술자들이 투입됐다.
만약 이 현장에 인간을 대신할 로봇이 있었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최악의 상황에서도 로봇이 있기에, 그나마 신속한 수습과 수색이 이뤄지지 않았겠냐는 게 재난대응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 다만 실제 그 현장에 로봇이 투입되기는 했다. 하지만 연구 단계의 로봇으로 기능 발휘 수준이 떨어져 큰 성과를 낳지는 못했다.
이후 재난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재난 로봇 개발에 대한 세계 각국의 연구도 치열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6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하며 "재난이 늘어나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이라며 "재난대응 역할의 핵심은 바로 과학기술"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재난구조 로봇의 기술은 어디까지 왔을까?
# 세계 재난 로봇들과 겨룬다
=재난구조 로봇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자 가장 먼저 나선 것은 미국이다. 미국 국방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이를 해결할 로봇이 없었다는 점에 착안해 이에 대한 기술을 집약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내년 6월에도 미국에서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DRC; DARPA Robotics Challenge) 결선이 열린다.
다르파(Def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 Agency)는 미국국방부고등연구계획국을 뜻하며, 미국의 국방분야 R&D를 집행하는 국방부 국방첨단과학기술연구소다.
미국은 세계 유수의 로봇 학자들에게 '세계 재난로봇 경진대회'를 내걸었고, 내년 대회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경기를 직접 관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회 결선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구글 등은 물론 유럽과 일본의 대표팀들도 참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차세대융합기술원 박재흥 교수팀과 팀카이스트의 DRC휴보, 로봇전문기업 로보티즈의 똘망로봇 등 3개 팀이 참가해 다르파가 내놓은 재난구조 과제 수행을 통해 세계의 로봇기술과 경쟁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대표이자 경기도 대표 성격을 띠는 융기원 박재흥 교수팀(TeamSNU)은 똘망로봇 플랫폼에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출전한다.
박 교수는 로봇의 전신제어 알고리즘 개발과 관련한 국내 권위자 중 한 명으로 물체환경인식 분야를 맡는 서울대 곽노준 교수와 로봇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와 인터페이스를 담당하는 (주)심랩 등과 함께 팀을 꾸렸다. 현재 광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융기원내 자동차연구동에서 밤낮없이 실험에 매달리고 있다.
# 사람같은 로봇이 필요
=재난로봇 경진대회의 승부수는 최대한 사람같은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세계 재난로봇 경진대회'는 수만명의 참관객 앞에서 로봇이 직접 자동차 운전을 해 진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어 벽 뚫기, 잔해 치우기, 코드 연결하기, 문 열고 들어가기, 계단 오르기, 밸브 돌리기, 험지 돌파 등 10여개의 미션이 주어진다. 마지막 미션은 대회 당일 공개될 예정이다.
이 같은 과제를 정해진 시간내에 수행하는 데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승자가 결정된다.
출전하는 로봇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즉 사람과 가장 유사하게 로봇이 제어돼야 우승의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우승상금은 200만달러다.
박 교수팀은 모션캡처 기술을 통한 로봇 제어기술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미 로봇핸드 프로젝트를 통해 기술력은 입증됐다. 로봇핸드 프로젝트는 모션캡처 핸드 시스템으로, 모션캡처로 자신의 손을 캡처하고 로봇이 따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재난 지역에서 로봇을 이용해 재해복구를 해야 하는데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기에는 기술적 한계가 존재하므로 인간의 움직임을 따라하게 해서(모션캡처 기술) 인간이 명령한 대로 동작하게 한 것이다. 이 같은 기술은 '춤추는 로봇' '무인자동차'를 통해 입증됐다.
박 교수팀은 전신제어 프레임워크를 이용한 이동·작업 진행, 정보를 모르는 험지에서의 보행, 양 팔을 이용한 다양한 미션 수행 등을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함께 융합연구로 참여하고 있는 서울대 곽노준 교수연구팀에서는 다양한 센서 퓨전을 이용한 인식 알고리즘을 구현중이며, 3D 지도 구현을 준비중이다. 내년 2월부터는 본격적인 대회 미션 수행을 위한 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태성·이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