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의 기술자 '절도 비즈니스'
전체적 구성보다 김우빈에 초점
호쾌한 액션·매력 여심 자극
긴박감 못살린 엉성 스토리 '피로'


감독: 김홍선
출연: 김우빈, 고창석, 이현우, 김영철
개봉일: 12월24일
범죄액션/116분/15세 관람가

'기술자들'은 '김우빈의, 김우빈에 의한, 김우빈을 위한' 영화다.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김홍선 감독은 시나리오를 각색하면서 "주인공으로 그 외에는 다른 인물을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는 전체적인 구성보다 김우빈이란 배우의 매력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김우빈은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연기에 임했다. 하지만 기존의 드라마와 영화에서 비춰졌던 거칠고, 반항적인 이미지를 넘어서지 못했다. 과거 '상속자들'에서 반항아 최영도 역으로 출연했던 모습과 '기술자들'에서의 그의 모습이 교묘하게 오버랩 된다.

김우빈은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의 스타성을 증명했지만 연기자로서 성장한 '배우 김우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영화는 금고털이계의 '마스터키'라 불리는 지혁(김우빈 분)과 업계 최고의 인맥을 자랑하는 구인(고창석 분)이 콤비가 돼 고층 빌딩에서 5억원 상당의 봉황상을 훔치면서 시작된다.

이후 지혁은 구인을 통해 최연소 해킹 기술자 종배(이현우 분)를 만나 한팀을 이뤄 본격적인 절도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그들의 솜씨는 빠른 속도로 업계에 퍼져 재계의 검은 손 조사장(김영철 분)의 귀에 까지 들어간다.

그는 세 기술자들에게 동북아 1급 보안 구역인 인천세관에서 잠자고 있는 검은 돈 1천500억원을 제한시간 40분 안에 빼낼 것을 제안하고 기술자들은 미션 성공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영화 '기술자들'은 케이퍼 무비에 속한다. 케이퍼 무비는 범죄 전문그룹이 모여 치밀한 계획을 통해 범죄를 실행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로 캐릭터 간의 속고 속이는 반전과 목표 달성을 위한 긴장감을 상영시간 내내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기술자들'은 앞서 만들어진 '오션스 일레븐', '범죄의 재구성', '도둑들' 등이 보여준 케이퍼 무비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영화를 이끄는 인물관계가 매끄럽지 못했고, 사건과 사건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엉성해 상영시간 116분이 관객들에게는 긴박감이 아닌 피로감으로 다가왔다.

특히 지혁과 은하(조윤희 분)의 뜬금없는 러브라인은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지 못한 것은 물론 영화의 흐름을 끊었을 뿐이다. 또 악역으로 변신한 배우 임주환이 스크린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이와 함께 감초연기의 대가인 고창석과 김영철은 젊은 배우 김우빈의 후광에 가려졌다.

지난 2007년 '마이파더' 이후 8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영철은 이번 영화에서 삶이 녹아있는 숙련된 연기를 보여줬지만 제대로 스크린에서 반영되지 못해 아쉬웠다. 기대에 못미쳤어도 김우빈의 시원한 액션만은 일품이다.

드라마 '상속자들', 영화 '친구2'에서 반항아 이미지로 '여심'을 자극했던 김우빈이 고난도 액션을 펼치며 다시 한번 여성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선다.

/유은총기자
사진/딜라이트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