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 강한 설득력으로 '연합정치' 문열어
한국정치사 '첫 도전' 성사 보람·자부심
여야협치기구 통한 상생협력틀 자리매김
지방분권 강화 법·제도 이끌어야
도당위원장·교문위 야당간사 맹활약
추진력 갖춘 '차세대 중심인물' 떠올라
정의로운 세상위해 '차별없는 교육' 주력
성남형교육지원사업 혁신모델 이끌어
험한길 마다않고 좌절않는 것이 '나의 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던 '경기연정'을 당선 직후인 지난 6월 9일 공식적으로 꺼내들었을 때 '연정 파트너'인 새정치민주연합측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회의적이었다.
'우리나라 정치구조상 불가능하다'는 현실론에서부터 '몸값높이기 쇼'라는 정치적 해석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경기도 새정치연합을 대표하는 김태년(성남수정) 도당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다음날 국회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기도 연정을 실천하는 출발점은 정책을 합의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역제안'했고 남 지사는 주저함없이 이를 수용했다.
우리나라 정치 역사상 유례없는 경기연정의 첫 단추가 꿰어진 순간이었다. 이후 경기연정은 경기도의회 반대라는 한차례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여야동수의 정책협상단 구성, 합의문 발표, 야측 사회통합부지사 선출 등을 거쳐 정상궤도에 올라섰다.
다음달에 도당위원장을 후임에게 물려주는 김 위원장은 임기 중 가장 보람있고 기억에 남는 일로 단연 '경기도연합정치 성사'를 꼽았다.
그는 "경기연정은 끝없는 대립의 정치, 승자독식의 구조를 깨고 상생협력의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일념으로 추진한 것"이었다며 "한국 정치사에서 첫 시도이지만 도전하는 자세로 새정치의 지평을 여는 일익을 담당한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정 추진 과정은 결코 순탄하진 않았다. 도의원, 국회의원 상당수가 '남 지사의 들러리 밖에 안될 것'이라며 사회통합부지사 추천 등의 경기연정을 막아섰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은 남 지사와 손 잡고 경기연정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현재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반대하는 도의원, 국회의원들을 설득하느라 진땀깨나 흘려야했다.
김 위원장은 "시작할 때부터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떤 분은 산을 넘지 말라고도 했고 어떤 분은 산을 넘고 싶어도 길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의지를 가지고 했다"며 "산을 넘지 말라는 분에게는 산을 넘어야만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길이 없다고 하는 분에게는 처음부터 길은 없고 만들어서라도 가야한다고 설득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몇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은 연정의 문을 열게 됐다"며 "열정적으로 뛰어 주신 분, 격려하고 함께 해주신 분, 특히 큰 결단을 내려주신 도의원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경우에 따라 여당에게 유리함만 안겨주며 정치 인생의 커다란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는 경기연정에 몸을 담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립과 분열의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상생과 협력의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겠다는 진정성'이었다.
자신이 그런 정치를 하고자 했고, 남 지사에게서 그걸 읽었고, 경기연정을 통해 실현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김 위원장의 시선은 이제 '경기연정의 성공적 안착'쪽으로 향해 있다. 그는 우선 '최대 난제'로 상생과 협력을 어렵게 만들고 지방분권을 제약하는 제도적 문제를 꼽았다. 중앙집권적이며 승자독식의 구조가 지방에서 권력과 역할을 나누며 책임을 공유하는 연정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는데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하지만 의지만 있다면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는 좋은 대안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며 "지금의 구조에만 만족하지 말아야 한다. 당장 여야협치기구를 만들어 안정적인 상생협력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올 한해 도당위원장으로 경기연정을 추진한 것 외에 지방선거도 치렀다. 또 국회에서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야당 간사로 그 누구보다 바쁘면서도 알찬 한해를 보냈다. 이를 토대로 '추진력을 갖춘 뚝심있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게됐고, 당을 이끌어갈 차세대 중심 인재로 자리매김했다.
당안팎에서 차기 당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온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막판에 최고위원 출마를 접었다. 그는 주저없이 "도당 위원장 일을 잘 마무리 짓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 되는 것에 연연하고 싶지 않다. 자리를 탐하면 오래가지 못하더라"며 "이 단계에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그 역할에 충실하다보면 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고, 그러면서 욕심내지 않고 한단계씩 나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우리 당이 수권정당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일이라면 무슨 역할이든지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힘을 실었다. '수권정당'과 관련해서는 "우리 당에게 부족한 것이 있는데, 무엇보다도 실력있고 유능한 정당으로서 국민의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물론 우리가 집권했던 민주정부 10년이 이명박·박근혜·새누리당 정권보다 훨씬 더 유능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정책역량을 강화하고 민생밀착형 정치를 펼치는 것, 이를 위해 당의 체제를 정비하고 체질을 개선해 유능한 수권정당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아야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정치인으로 품는 세상의 모습은 무엇일까. '정의로운 세상'이다. 김 위원장은 지역에서부터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의 활동도 그렇지만 지역에서도 최우선 순위를 교육에 두고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교육'인가. 부모의 재력·권력에 따라 출발선에서부터 교육 차별·불평등이 발생하며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는 세상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교육때문에 이사오고 싶은 성남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고, 이를 위해 '성남을 혁신교육도시로 만들겠다'는 선거공약을 내걸었다"며 "이름은 바뀌었지만 '성남형 교육지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결과적으로 지역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게 됐다"고 밝혔다.
공교육 정상화·창의 인재 육성 등을 목표로 하는 '성남형교육지원사업'은 성남지역 초중고 151개교를 대상으로 개별학교 프로그램 지원 및 전체 교육인프라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171억원, 내년 204억원이 투입된다.
이 사업은 교육청이 개별 학교를 지정하는 방식에서 한단계 발전해 지자체가 교육청과 손잡고 지역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혁신학교 확산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0년 5월 국회의원 당선 후 당시 김상곤 교육감과 이재명 성남시장을 수차례 만나 설득한 끝에 이같은 혁신학교 확산 모델을 관철시켰다. 이후 시의회에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의 반대 등으로 2년여 논란을 빚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학부모와 교육계의 전폭적 지원속에 지난해 본격 도입됐다.
김 위원장은 "성남시와 교육청의 협력으로 성남 지역 초중고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가 되는 교육환경을 만들게 됐고, 이는 전국적으로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며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성남을 창의교육도시로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정의로운 세상을 희망하지만 그걸 만들어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않다. 현실의 벽에 굴하지 않고 뚜벅뚜벅 헤쳐나갈 수 있도록 그를 지탱해주는 힘은 '故 김대중·노무현 정신'이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동초'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야생화'는 끈기와 도전을 상징한다.
결코 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좌절하지도 않는다"며 "감히 따를 수 없는 삶이지만 어려울 때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어주는 삶"이라고 말했다.
■ 김태년 의원은
▲ 1964년 전남 순천생
▲ 경희대 학사 및 행정대학원 석사
▲ 경희대총학생회장
▲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
▲ 민주통합당 서민생활특위 위원
▲ 민주당·민주통합당 비대위원
▲ 국회정치쇄신특위 야당간사
▲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야당 간사(현)
▲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당위원장(현)
▲ 17·19대 국회의원(현)
글 = 김순기기자
사진 = 임열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