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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하이의 신년맞이 행사장에서 35명이 압사하고 43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상하이시 정부가 1일 밝혔다. 사고는 전날 밤 11시 35분께(현지시간) 상하이시 황푸구 옌안둥로에 있는 천이광장에서 발생했다. 사진은 황푸강변 와이탄의 천이광장. /연합뉴스 |
상하이시 정부는 이번 사고로 36명이 압사하고 47명이 부상했다고 1일 밝히면서도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라고 언급했으나, 다양한 목격담에 힘입어 참사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행사가 열린 황푸(黃浦)구 옌안둥(延安東)로에 있는 와이탄(外灘)의 천이(陳毅)광장 인근 빌딩에서 가짜돈이 뿌려졌다고 전했다.
70대 남성 목격자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행사장 인근 건물에서 갑자기 돈같은 것이 뿌려지자 일부가 그것을 주우려고 우르르 몰려갔다"며 "사람들이 서로 뒤엉키면서 여러 명이 땅에 쓰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일부는 건물에서 뿌려진 물건을 향해 돌진했으며,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멈춰서서 구경하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순간적으로 아수라장이 됐다고 다른 목격자들이 밝혔다.
당시 현장에서는 새해를 맞는 '카운트 다운'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수만 명의 군중이 구경하기 위해 황푸강변 도로를 가득 메운 상태였다.
현지매체인 동방망(東方網) 등도 행사장인 와이탄의 '18호 건물'을 지목하면서 누군가 미국 돈과 유사한 가짜돈을 살포했다는 사실을 목격자들을 통해 확인했다.
이 건물 3층 주점에서는 송년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가짜돈은 이곳에서 뿌려졌으며 'M18', '100' 등 문자와 숫자가 새겨져 있는 쿠폰 형태를 띠고 있었다.
상하이 경찰이 가까스로 질서를 유지하는 가운데 가짜돈이 공중에서 흩날리자 사람들이 급히 이동하면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가짜돈 살포자는 현재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군중이 예상보다 많이 운집한 것에 비해 경찰이 적은 편이었고 사고 발생 후 구급차가 신속하게 접근하지 못한 점 등도 인명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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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하이에서 발생한 신년맞이 행사장 사고 부상자들이 입원한 병원으로 1일(현지시간) 가족들이 몰려와 울부짖으며 환자들의 현황을 묻고 있다. 전날 밤 상하이시 황푸구 옌안둥로에 있는 유명 관광지 와이탄의 천이광장에서 새해맞이 '카운트 다운' 행사 등이 열리고 있던 중 인근 고층건물에서 누군가 돈 같은 것을 뿌리자 그것을 주우려 사람들이 몰리면서 넘어지고 뒤엉켜지는 사고가 발생, 35명이 사망하고 43명이 부상했다. /AP=연합뉴스 |
작년 궈칭제 때는 인파가 유동적이었으나 이번에는 별다른 흐름이 없는 정체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또 사고가 발생한 직후 구급차가 인파때문에 제때 도착하지 못해 현장에 있던 경찰차로 부상자를 이송했다고 전했다.
가짜돈 살포가 단초를 제공한 뒤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참담한 사태로 발전한 게 아닌가하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중국 인터넷에는 사고 현장 도로 위에 피해자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과 긴급구조대가 심폐 소생술 등 응급조치에 나서는 사진들이 속속 올라왔다.
피해자 가족들이 병원이나 현장을 찾아 오열하는 장면이나 사망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소개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해줬다.
한편 가짜돈이 사용된 이번 참사는 최근 한국과 홍콩에서 논란이 된 '돈벼락' 사건에 이어 발생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29일 대구 도심에서는 안모(28·무직)씨가 5만원권 지폐 160여 장을 길바닥에 살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돈을 주우려고 행인, 차 운전자 등 수십 명이 몰려들어 교통혼잡을 빚었다.
같은달 24일에는 홍콩 번화가에서 고속도로를 달리던 현금수송 차량 뒷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22억원(1천523만 홍콩달러) 상당의 지폐가 바닥에 쏟아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돈을 주워간 일부 시민들은 절도혐의로 체포됐다. /상하이·베이징=연합뉴스